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이나 목에 거는 U자형 본체가 없이, 양쪽 귀에 가볍게 걸치기만 하면 음악 감상과 통화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완전 무선 이어폰(TWS)은 요즘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다. 애플이 ‘에어팟’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다양한 제조사 및 브랜드에서 각양각색의 완전 무선 이어폰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자사의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과 짝을 이루는 완전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시리즈를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선보이는 중이다. 매년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이제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2 / 최용석 기자
올해는 상반기 갤럭시S21과 함께 선보인 고급형 모델 ‘갤럭시 버즈 프로’가 음질, 노이즈 캔슬링 성능 등에서 좋은 평을 받으며 점유율을 더욱 높이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말, 가격대를 낮춰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신규 라인업인 ‘갤럭시 버즈2’를 새로 선보였다.
갤럭시 버즈2는 이름만 보면 고급형 모델인 ‘버즈 프로’보다는 기존 ‘갤럭시 버즈’, ‘버즈 플러스’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나온 순서 기준으로는 다섯 번째로 나온 갤럭시 버즈 시리즈다.
갤럭시 버즈2 / 최용석 기자
전체적인 외형은 위로 여는 반지 케이스 모양의 충전 겸용 케이스에 좌우 한 쌍의 무선 이어폰이 가지런히 들어 있는 전형적인 완전 무선 이어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자석을 이용해 케이스에 고정하고, 2개의 포고 핀으로 각각의 이어폰을 충전하는 구조 역시 친숙한 구조다.
충전케이스만 보면 이전 제품인 ‘갤럭시 버즈 라이브’와 ‘갤럭시 버즈 프로’와 큰 차이가 없다.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 크기와 외부 충전 단자 위치 등이 기본 버즈 라이브, 버즈 프로의 케이스와 똑같다. 각종 서드파티 제조사에서 선보이는 충전 케이스용 커버도 호환된다. 갤럭시 버즈2와 함께 나온 충전 케이스용 커버 포장에도 기존 버즈 프로 및 버즈 라이브와도 호환된다고 명시됐다.
갤럭시 버즈2 충전 케이스에 액세서리 커버를 부착한 모습. 기존 ‘버즈 라이브’ 및 ‘버즈 프로’와 케이스 커버가 호환된다. / 최용석 기자
물론 충전 케이스의 외부 크기만 같을 뿐, 안에 들어가는 이어폰은 모양과 충전단자 위치가 3종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호환이 안 된다. 충전 케이스 표면도 버즈 프로가 좀 더 고급스러운 펄 느낌의 마감을 적용한 것과 달리, 단순한 유광 피아노 마감을 적용했다. 유선 충전은 버즈 프로와 동일하게 타입C 케이블로 충전하며, 무선 충전도 지원한다.
이어폰 자체의 외형도 버즈 프로에 비해 단순하고 간소화됐다. 버즈 프로가 착용 방향 기준으로 이어폰 안쪽에 일반 플라스틱 소재를, 바깥쪽은 거울 같은 크롬 광택 마감을 적용한 것과 달리, 이어폰 전체가 동일한 플라스틱 소재로 통일됐다.
두 가지 색상과 소재를 사용한 버즈 프로와 달리, 갤럭시 버즈2는 이어폰 안팎 모두 동일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다. / 최용석 기자
노이즈캔슬링 및 외부 소리 듣기 등의 기능을 위한 외부 마이크도 버즈 프로의 메시 그릴 형태에서 단순 홀형 마이크로 단순화됐다. 이어팁은 기존 버즈 프로, 버즈 라이브와 마찬가지로 귓속으로 들어가는 인이어 타입을 채택했다. 버즈 프로처럼 타원형 이어팁이 아닌, 버즈 라이브와 같은 일반 원형 이어팁을 사용했다.
착용감은 단순한 외형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불필요한 구조를 최소화하고 크기를 줄여서인지, 착용 시 귓바퀴에 자연스럽게 쏙 들어가고, 귀에 느껴지는 인위적인 느낌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어폰 안쪽에 착용 감지 센서를 적용, 귀에 완전히 착용하기 전까지는 터치 버튼 등이 작동하지 않는 편의성도 갖췄다.
갤럭시 버즈2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갤럭시 웨어러블’ 앱을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 최용석 기자
갤럭시 버즈2를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려면 페어링은 물론, 이어폰의 각종 기능을 설정하기 위한 전용 앱인 ‘삼성 웨어러블’을 설치해야 한다.
‘삼성 웨어러블’ 앱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서만 제공한다. 즉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해당 앱을 제공하지 않는다. 바꿔 말해 아이폰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갤럭시 버즈2를 사용할 수 없다.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는 있지만, 이어폰 자체의 터치 버튼을 사용할 수 없어 제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음질은 실속형으로 나온 제품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EQ 조절 없이 기본상태에서 각종 음악을 들어보니, 최소 애플 에어팟 프로와 비슷하거나 좀 더 나은 음질을 제공한다.
삼성 웨어러블 앱을 통해 갤럭시 버즈2의 모든 기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음질 외에 다른 기능은 어떨까. 이 제품도 바로 전작인 버즈 프로 제품처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을 갖췄다. 외부에서 들리는 소음을 분석해 소음을 상쇄하는 반대 위상 소리를 발생시킴으로써 듣기 불편한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다만, 준수한 기본 음질과 달리,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의 성능은 다소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이다. 이는 이어폰 바깥소리를 정확하게 잡아내야 하는 외부 마이크 구성과 성능이 하향됐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큰 소음들은 그럭저럭 잡아내지만, 주변 작은 소리나 사람간 대화 소리 등은 여전히 노캔 기능을 뚫고 들릴 정도다.
대화나 주변 상황 파악을 위한 외부 소리 듣기 모드도 마찬가지다. 기능을 활성화하면 주변 소리가 속이 빈 통을 거쳐서 듣는 듯한 소위 ‘통 울림’ 소리가 꽤 많은 편이어서 제대로 써먹기가 부담스럽다.
그래도 삼성 웨어러블 앱을 이용하면 각각의 터치 버튼의 기능을 사용자 맘대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고, 그만큼 기능적인 면에서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롭기 때문에 사용 편의성은 높은 편이다.
갤럭시 버즈2는 적당한 가격에 평균 이상의 음질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완전 무선 이어폰을 찾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전체적으로, 이번 갤럭시 버즈2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갤럭시 버즈 프로의 주요 기능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선보인 실속형 모델이란 느낌이 강했다. 특히 AKG의 오디오 기술을 접목한 ‘음질’만큼은 좀 더 고가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준수한 편이다.
다소 아쉬운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이 부문 최상급 성능을 가진 제품들과 비교해서 아쉽다는 것이지, 저가 제품에서 지원하는 ‘무늬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비할 바는 아니다. 정식 출고가 기준 14만9000원이란 가격도 이 제품의 역할과 위치, 실질적인 성능을 고려하면 적정 수준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으로 음질과 성능, 기능, 편의성을 고루 갖춘 가성비 좋은 무선 이어폰을 찾는다면 이 제품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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