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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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1 2020. 12. 23. 14:31

유럽 공포에 빠트린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는? 백신도 무용지물?

전파력 70% 빠른 변종 바이러스, 영국發 항공기·차량 봉쇄

"변종 바이러스 국내 유입시 방역 더 어려워질 가능성"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세인트판크라스 역에서 승객들이 파리행 마지막 기차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영국에서 변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프랑스 정부가 이날 밤 12시부터 48시간동안 영국발 모든 이동을 중단한다고 밝히는 등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여행 제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영국에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70% 이상 강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변종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 각국이 영국발 항공편 운항 중단 등 이동 제한 조치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승인하고 접종을 개시한 영국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으로 인해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국내외 대응에 촉각이 곤두 서 있다 .

AP통신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기준 영국은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현재 10개 국가로부터 입국길이 막혔다.

유럽대륙에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영국의 항공과 육지 교통로 모두를 차단하고 있다. 프랑스는 영국에서 오는 화물 트럭을 금지한 데 이어 영국에서 오는 모든 이동수단을 금지시켰다. 네덜란드, 독일 등도 영국발 여객선과 항공 승객을 모두 돌려보내는 상황이다.

‘VUI-202012/01’로 알려진 영국의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 대비 감염력이 70% 크고, 확진자 1명이 몇 명에게 병을 전파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지수를 최대 0.4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기존의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70% 빠른 것이 주요한 특성으로 파악된다.

최근 런던 신규 확진자 중 60%는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영국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리스 휘티는 19일(현지시각) "새로운 변종이 더 빨리 퍼지고 있으며 수도와 남동부 지역에서 사례가 급증세다. 새로 발견된 변종 바이러스가 약 1000여 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균주가 더 높은 사망률을 유발하거나 백신과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다만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 차원의 대응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인 독일의 대변인이자 외교관인 제바스티안 피셔는 오는 21일 변종 코로나19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원국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으며, 영국에서 발생한 변종 코로나19에 대한 조율이 의제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변종에 의해 증상이 악화된다거나 개발된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에서 등장한 코로나19 변종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이 변종이 기존 바이러스와 다르게 작용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신중론적인 입장을 펼쳤다.

미국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도 20일(현지시각) CNN방송에서 현재 승인된 백신들이 변종 코로나19에 효과가 없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지금까지 백신에 내성을 지닌 단 하나의 변종도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파이크 단백질 같은 백신과 관련한 코로나바이러스의 핵심 속성은 코로나19에 매우 특정한 것이어서 변이를 많이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백신들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많은 다른 부위에 저항하는 항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전부 다 바뀔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있었지만 혈청학적으로 (백신에 의한 면역 항체 생성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백신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변이로 인해 전염력이 높아진 만큼 방역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코로나19 종식 시기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변종의 경우 전염력이 높아지면서도 치사율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고 보고돼, 기존보다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변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염력은 높아지는 대신 치사율은 낮아지는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알려져있다.

최 교수는 "영국 당국도 기존 방역수단으로는 바이러스 확산 통제가 안 되겠다는 판단에 방역 단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보다 전염력이 70% 가량 높아져 결국 코로나19 종식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영국발 변종 바이러스 확산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12월13~19일) 유럽에서 입국한 이는 모두 24명으로 이 중 영국

에서 온 외국인 1명이 국내에 입국했다. 이 외에 우리 국민 가운데 2명이 영국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한 후 19일과 20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최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가 국내 전파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해외로부터 전파되지 않는다고 해도 국내 바이러스가 자체적으로 변이될 가능성도 있다"며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병주고 약주는 코로나19 변이, 감염 10배 빠르지만 백신에 취약

미국 질병관리센터(CDC)가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미세구조 그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확산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변이를 일으키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신은 백신이 더 잘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디614지(D614G)’라고 불리는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는 유럽에서 출현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위스콘신-매디슨대 공동연구팀은 D614G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중국에서 출현해 대유행을 일으킨 원래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복제를 하고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희망적인 구석이 있다. D614G 변이는 동물실험 연구에서 더 빠르게 확산하지만 증세를 악화시키지는 않았다. 또한 변이는 항체 약물에 의한 중화에 조금 더 민감했다. 연구팀 논문은 <사이언스> 12일치에 실렸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약대의 랠프 배릭 교수는 “D614G 바이러스는 원래 바이러스보다 10배 능가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전파가 일어나는 중요한 부위인 비강 상피세포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복제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배릭은 코로나바이러스를 30여년 이상 연구해왔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처음 승인한 람데시비르 개발에 관여했다. 연구팀은 D614G 변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능력을 향상시켜 지배종이 됐다고 믿는다. 이 왕관 모양의 스파이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이름이 지어졌다.

D614G 변이는 스파이크 끝에 있는 덮개를 열어젖혀 바이러스가 세포에 좀 더 효과적으로 감염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또한 바이러스의 취약한 중심부까지 통하는 통로를 만든다. 일단 덮개가 열리면 항체가 쉽게 바이러스에 침투해 파괴할 수 있다. 현재 연구되는 백신 중에는 항체 백신들도 있다.

배릭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한 위스콘신-매디슨대 연구팀의 요시히로 가와오카 교수는 “원래 스파이크 단백질은 614번째 아미노산이 아스라파긴산(D)인데 글리신(G)으로 바뀐다”며 “일부 논문들은 이 변이가 단백질이 세포에 침투하는 데 더 효과적이고 기능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선 연구들은 진짜가 아닌, 수용체 결합 단백질이 결합된 위형(僞型) 바이러스로 한 것이었다. 역유전학(유전자의 기능을 유전자 염기 조작을 통해 밝혀내는 접근법)을 이용해 배릭 교수 연구팀은 614번 위치 아미노산을 D와 G로 바꾼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복제한 뒤 세포주, 인간의 비강 상피세포, 쥐 세포, 햄스터 등을 사용해 기본 특성 분석을 했다.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햄스터를 이용해 구축한 특수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모델로 연구에 기여했다. 연구팀은 원래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복제와 공기전파를 실험했다. 연구 결과 변이 바이러스는 10배 빠르게 복제를 했으며 그만큼 감염률이 높았다.

연구팀은 햄스터들한데 원래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다음날 감염되지 않은 햄스터 8마리를 감염된 햄스터 옆 철장에 넣었다. 철장 사이에는 서로 접촉하지는 못하지만 공기는 통할 수 있는 칸막이를 놓았다.

연구팀은 둘쨋날 비감염 햄스터의 바이러스 복제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동물들 사이에는 공기 감염이 일어났지만 시간은 달랐다. 변이 바이러스를 가진 햄스터는 이틀 뒤 8마리 가운데 6마리를 감염시켰다. 원래 바이러스를 가진 햄스터는 4일째에는 모두 감염시켰지만 이틀째에는 전혀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 가와오카는 “변이 바이러스가 원래 바이러스보다 공기감염이 훨씬 잘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이 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 사이에서 지배적이 됐는지 설명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두 바이러스의 병리학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햄스터들이 두 종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바이러스량과 증세는 똑같았다. 이는 변이 바이러스가 감염을 더 잘 일으키지만 병세를 악화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런 병리학적 결론이 인간 연구에서도 똑같을 것이라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배릭 교수는 “코로나19는 완전히 새로운 질병이고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덴마크에서 최근 D614G 코드를 가진 밍크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됐듯이 새로운 변이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https://www.unc.edu/posts/2020/11/12/common-sars-cov-2-mutation-may-make-coronavirus-more-susceptible-to-a-vaccine/

 

※출처 : 한국과학기자협회 포스트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977008&memberNo=36405506&navigationType=push

코로나19 항체, 면역체계 도움 없으면 효과 '별로'

미 연구팀 항체 형성해도 면역체계 작동 안하면 효과 적어

코로나19를 막는 항체는 농도가 높을수록 효과가 크지만 농도가 작아도 면역체계와 함께 동작하면 코로나19를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막기 위한 항체는 농도가 높을수록 효과가 크다. 하지만 농도가 낮아도 몸에 면역체계가 함께 동작하면 효과가 높아진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면역체계가 동작하지 않으면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도 코로나19에 재감염될 위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댄 바로우치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쓰이는 붉은털원숭이를 상대로 항체 농도와 면역세포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이달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국제 제약회사들이 백신 3상 시험에서 백신들이 효능을 보인다는 초기 데이터를 발표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임상 연구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는가를 평가할 뿐 접종 후 신체가 어떻게 면역력을 만들고 유지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바로우치 교수 연구팀은 올해 5월 DNA 백신을 개발하고 붉은털원숭이에게 이를 놓아 백신의 코로나19 예방효과를 확인하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바로우치 교수는 존슨앤드존슨이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설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백신 접종으로 만들어지는 항체 농도와 면역 상태에 따른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 없는 붉은털원숭이 12마리를 상대로 코로나19 항체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3마리에게는 체중 1kg당 250mg의 고농도 항체를 투여했다. 이를 10배, 100배 희석한 항체도 각각 3마리씩에게 투여했다. 이후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고농도와 중간 농도 항체를 투여받은 원숭이는 전혀 감염되지 않았고 적은 농도의 항체를 투여한 원숭이도 감염이 빠르게 억제됐다. 반면 항체를 투여받지 않은 원숭이는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검출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원숭이를 대상으로도 항체를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원숭이들은 투여받은 항체 농도가 높을수록 체내 바이러스 양이 빠르게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다만 낮은 농도에서도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는 나타났다. 바로우치 교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의 항체로도 코로나19 보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는 항체뿐 아니라 평소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의 역할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된 원숭이를 대상으로 면역세포의 일종인 ‘CD8+ T세포’를 제거한 후 다시 바이러스에 노출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항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감염에 취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바라우치 교수는 “항체만으로로 코로나19 감염에서 보호받을 수 있지만 농도가 적다면 T세포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바로우치 교수는 “최근 임상에서 얻은 결과만으로 코로나19 백신들이 내년에 접종될 때 백신이 만든 항체와 인간 면역체계 사이 관계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해질 것”이라며 “향후에는 임상 효과보다 면역 상관관계에 기반한 허가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눈앞인데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혈장치료제·항체치료제 기대감

일라이릴리 연구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의 안정성을 시험하고 있다. 일라이릴리 제공

영국에 이어 미국도 조만간 화이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을 긴급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중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세계 각지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될 전망인 가운데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또다른 한축인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기존 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 항바이러스제가 코로나19 환자에게도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들 항바이러스제는 코로나19 환자에게 유의미한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GC녹십자가 개발중인 혈장치료제를 투여한 환자가 완치됐다는 소식이 6일 전해졌다. 또 미국에서는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항체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가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져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중인 항바이러스제의 치료 효과를 전세계 임상 프로젝트를 통해 분석하는 ‘연대(Solidarity)’ 프로젝트의 중간결과를 지난 2일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존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 인터페론 등은 중증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는 치료 효과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한 환자들 중 이들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와 투여받지 않은 환자들 간의 사망 위험도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결론이다.

 

이번 연구는 30개국 405개 의료기관에서 1만1330명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을 설정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다. WHO는 다만 렘데시비르의 경우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환자의 회복 및 입원 기간을 줄이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점점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6일 혈장치료제를 투여한 코로나19 환자가 완치된 사례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70대 남성이 혈장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이들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분획해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다. GC녹십자는 현재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 시험을 진행중이다.

 

이번에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게 아니라 의료진이 치료목적으로 사용승인을 신청해 투여됐다. 국내에서는 다른 치료수단이 없고 생명에 위협을 받는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승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완치된 환자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나 염증 개선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 등을 처방받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혈장치료제를 투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20여일 동안 혈장치료제 투여 등의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달 18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환자에서 해제됐다.

 

하루만에 코로나19 환자가 20만명 이상 나오고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달 긴급승인받은 항체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가 증상이 개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항체치료제(LY-CoV55)로, 미국 시카고 소재 와이스 메모리얼 병원에서 투여받은 환자들이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체치료제는 중증으로 넘어가기 전인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된다.

 

국내에서도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CT-P59) 임상2상을 진행중이다. 임상결과가 나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고 이르면 연내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만능 독감 백신 임상 시험 첫 문턱 넘었다

독감의 주범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모습을 나타낸 그림. 공처럼 둥근 모양으로 지름은 약 80~120nm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표면에 나 있는 헤마글루티닌(HA 단백질)과 뉴라미니데이스(NA 단백질) 수용체의 종류를 보고 바이러스 균주의 이름을 정한다. 매년 흔히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대부분 H1N1이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 매번 그에 맞는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과학자들이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 처음으로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했다. 상용화되면 한 번 독감 백신을 맞으면 면역력이 몇 년씩 지속돼 백신 접종 횟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플로리언 크레이머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교수 연구팀은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 임상 1상 시험을 통과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메디신’ 온라인판 7일자에 공개했다.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주입해 몸이 바이러스에 대해 특이 면역 반응을 유도해 나중에 비슷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즉각 면역을 일으키게 한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을 방해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HA는 바이러스가 정상 세포를 감염시킬 때 세포막을 파괴해 문을 여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으면 HA에 결합하는 항체가 만들어지고,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이 항체가 빠르게 HA에 결합해 세포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브로콜리처럼 생긴 HA의 머리 부분에 주로 생긴다. 항체는 이 머리 부분에 결합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종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HA를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HA로 바꾼 ‘키메라 백신’을 만들어 돌연변이가 덜 생기는 기둥 부분에 결합하는 항체가 만들어지도록 했다. 키메라 백신은 줄기 부분은 그대로 두고 머리 부분을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HA로 바꾼 백신이다.

 

사람의 면역 체계는 처음 침입한 바이러스보다 과거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에 대해 더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키메라 백신을 투여하면 사람 몸에 생소한 조류 바이러스의 머리는 지나치고 줄기 부분에 대한 면역 반응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임상 1상에서 51명의 참가자에게 키메라 백신을 주사하고 가짜 백신을 맞은 15명과 항체 생성량을 비교한 결과 키메라 백신을 맞은 참가자에게서 훨씬 많은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부작용은 51명 중 1명에게서만 나타났다. 임상 1상 시험은 안전성만 시험하므로 만능 백신이 상용화되려면 임상 2상과 3상을 거쳐야 한다.

 

제임스 크로 미국 밴더빌트대 백신센터 소장은 “HA의 줄기를 공격하는 항체로 모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가설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혐오증은 진화적 본성이다?

 네 줄 요약

1. 사람이 낯선 이를 경계하고, 자기 집단이나 나라를 더 사랑하는 것은 진화적 산물이다.

2.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가까운 곳에 살고, 서로 친하며 비슷한 외모나 냄새를 가진 대상을 좋아한다.

3.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이런 내집단 선호는 더 이상 적합한 삶의 방식이 아니다.

4.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

 

한나라에 정국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진나라에 가서 진왕 정을 도왔습니다. 나라 곳곳에 수로를 연결하여 논밭에 물을 대는 일이었죠. 그런데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진나라의 구세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왕을 어지럽히는 고자질을 합니다. 수로를 내는 일은 사실 진나라 국고를 탕진하여, 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술책이라고 보고한 것이죠.

진왕 정의 마음에는 의심이 싹틉니다. 당시 정은 아직 젊은 왕이었는데, 경험과 지혜가 부족했습니다. 그는 급기야 축객령(逐客令)을 내립니다. 즉 진나라 출신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 신하들을 내쫓으라는 것입니다. 진나라에 찾아온 큰 위기였습니다. 아마 이때 축객령이 진짜 시행되었다면, 진왕 정은 그저 그런 미욱한 왕으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간축객서(諫逐客書)

진나라의 젊은 벼슬아치였던 이사(李斯)는 목숨을 걸고 상소를 올립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간축객서, 즉 축객령을 거두라는 글입니다. 몇몇 문장을 고쳐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왕께서는 여러 보물과 미녀를 좋아하시지만, 이 중에 진나라에서 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왕께서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시지만, 모두 다른 나라의 음악입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태산은 한 줌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높을 수 있었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길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 깊이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왕은 백성을 버리지 않아야 그 덕을 밝힐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삼황오제에게는 적이 없는 이유입니다. 이제 백성을 버리는 것은 적국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나라 출신의 신하를 버리는 것은 적국을 이롭게 하는 일입니다. 이는 도적에게 병사를 주는 꼴이고, 양식을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나라에 위험을 피하려면 취할 도리가 아닙니다”

놀랍게도 진왕 정은 이사의 간언을 받아들여, 자신이 내린 축객령을 스스로 거둡니다. 각 나라의 인재는 진나라에 모여들었고, 진나라는 갈수록 부강해졌습니다. 이후 이사는 진나라의 재상이 되었고, 진왕 정은 ‘진시황(秦始皇)’이 됩니다. 중국 최초 통일 제국의 황제였죠. ‘황제(皇帝)’라는 말 자체가, 진시황이 직접 만든 말입니다.

진시황에 대한 평은 폭군에서 영웅까지 상당히 엇갈리는 편이다. 그러나 그는 수백 년간 지속되던 춘추전국시대의 끊임없는 전쟁을 끝내고 통일 왕조를 건설했다. 강대한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체성은, 사실상 그가 세운 통일 제국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출신과 관계없이 인재를 널리 받아들였는데, 이는 진나라가 부강해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 Yuan, Zhongyi 제공

 

 트럼프의 반이민정책

지난 1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른바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테러위험국가로 지목된 이란,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과 무슬림 국가 국민의 비자발급과 난민입국 프로그램을 금지한 것이죠.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고, 천만명에 이르는 이른바 ‘불법체류자’를 강제로 추방하려는 계획도 진행중입니다. 진나라의 축객령이 무색한, 국가 수준의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트럼프에게는 명재상 이사와 같은 ‘신하’가 없는 모양입니다. 반이민정책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친부모는 시리아인이었습니다. 애플 신화의 뒤를 이을 미래의 스티브 잡스는, 비자가 나오지 않아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2015년부터 이른바 외국인 영구거류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세계의 인재를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두 강대국의 서로 다른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반이민정책,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을 추진하면서 고립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판 축객령이라고 할 만하다. - Michael Vadon 제공

 

 내집단 선호의 진화

사실 이러한 외국인 혐오의 경향은, 강력한 진화적 산물입니다. 아무리 사해동포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낯선 이를 경계하고 의심하려는 속성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자신의 형제를, 자신의 집단을, 자신의 나라를 더 사랑하려는 동물적 본능이 있습니다. 이러한 내집단 선호(in-group favoritism) 경향은 외집단 배척의 인지 모듈과 짝을 이룹니다.

내집단을 선호하려는 경향은 어느 집단에서나 관찰됩니다. “내 형제의 고통을, 너의 죽음으로 갚아주겠다”라는 말은 괜한 엄포가 아닙니다. 인간은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각 개인의 잠재적 근친계수를 판독해냅니다. 학연과 지연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애교심이나 애향심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내집단 선호라는 원시적 인지 모듈의 결과입니다.

동물 종에선 네 가지 방법을 통해서 이러한 내집단 선호의 기전이 작동합니다. 지역(location), 친숙함(familiarity), 표현형 합치(phenotype match) 및 식별 대립유전자(recogition alleles)입니다. 즉 가까운 곳에 살고, 서로 친한 관계이며, 비슷한 외모나 냄새가 나는 것이죠. 마지막 기전인 식별 대립유전자 효과는 흔히 푸른턱수염 효과로 불리는데, 좀 어려우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곳에 살고, 같은 방언을 쓰며, 같은 피부색에, 같은 습관과 배경을 가진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 즉 ‘다른’ 사람은 싫어합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본성이지만 또한 의식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이 살고, 입 속의 혀 같은 동료와 일하고 싶죠. 그러나 이러한 내적 선호의 경향은 현대 사회에 잘 통하지 않습니다. 특히 복잡한 현대의 사회적 삶에서, 사람을 가려 사귀는 사람은 점점 고립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왼쪽) 일본 내 반한 시위. 한국과 단교할 것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른쪽) 외국인범죄 척결연대 회원의 다문화 정책 반대 시위. 외국인 혐오증은 인류의 마음 속에 단단하게 자리잡은 진화적 본성이다. - 연합뉴스 제공

 

 길을 내는 자, 성을 쌓는 자

돌궐 제 2제국의 재상이었던 톤유쿠크(Tonyukuk)는 수십년간 지속되던 당나라의 복속에서 벗어나 독립제국을 세운 인물입니다. 그는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성을 쌓는 자 필히 망하고, 길을 내는 자 필히 흥하리라”

사실 이 말은 아시아 초원 지대를 근거지로 삼은 돌궐의 지리적 특성상 성을 쌓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 왕에게 간하는 말입니다. 그는 당나라의 백분의 일도 안되는 돌궐의 국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을 쌓아봐야 지킬 것도 없고, 결국 패배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인류는 긴 역사 동안 부족 위주의 생활 방식을 이어갔습니다. 50년대 무렵 서호주 지역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한 아보리진은 평생토록 만난 사람의 숫자가 20명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내집단을 선호하고 외집단을 경계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수백명의 사람을 만나고, SNS에 올린 글을 수천명의 사람이 읽는 시대입니다. 유전적 본성이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이른바 게놈 지연(Genome lag)이라 합니다. 우리 유전자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내집단 선호의 본성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한 진화적 잔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든 성이라 해도, 사람이 없어지면 곧 허물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허술한 길이라해도,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큰 길로 변하게 된다. 한국 사회는 열린 길의 사회일까? 굳게 닫힌 성의 사회일까? - Pamela Adam 제공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고, '행복의 역습'(2014), ‘여성의 진화’(2017)를 번역했다.

한국 사회의 혐오에 대하여

구조적인 문제보다 개인이나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무엇을 비난하는 것이 더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은 쉽게 편을 나누고 배척하는 존재다. 일례로 내집단 편향, 즉 별 다른 근거 없이 우리 가족, 학교, 직장, 국가, 민족 등 내가 속한 집단의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능력적인 면 등등 대부분의 측면에 있어 나와 상관 없는 다른 집단의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은 대부분 사회에서 만연하다. 자존감이나 삶의 의미감에 위협을 받거나 ‘죽음’을 떠올리는 등 본질적인 두려움을 마주치게 되면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로부터 비호를 받으려는 듯 이전보다 내집단 편향, 외집단 혐오를 심하게 보인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개인이나 사회마다 쉽게 배척하고 혐오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 혐오를 발산하는 개인과 사회를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왜 주로 사회적 약자가 혐오의 대상이 될까?

뉴욕대 심리학자 존 조스트 교수에 따르면 어떤 큰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때, 나라 경제가 좋지 않다거나 취업이 잘 안 되거나 등등 그걸 처음부터 ‘구조적’ 문제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추상적이고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인지적으로 많은 능력과 노력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문제를 가급적 작고 구체적으로 명시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컨대 가난할수록 더더욱 가난이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오직 ‘나만’ 정신차리면 잘 될거라고,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아니면 반대로 '이게 다 XX때문'이라고 하는 등 비난의 대상을 특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지 않고 문제의 원인이 거대한 구조에 있다고 인정하게 되면 무기력과 큰 불안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그것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무엇을 비난하는 것이 불안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 역할(palliative role)’을 한다고 본다. 외국인이나 여성 등 만만한 대상을 공격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세상이 공정한 룰에 의해 돌아간다고 믿는 경향을 보인다.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Belief in a just world)'이라고 불리는 현상인데, 우리의 삶은 때론 내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불의한 일, 사고 등이 닥쳐오지만 그걸 인정하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착하게 부지런하게 살면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나이브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 논리에 의하면 저 사람이 약자가 된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이 열심히 살지 않았거나 뭔가를 잘못한 탓이다. 사회적 약자 = 올바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므로 더더욱 비난이 쉬워진다. 사회적 약자들을 일컬으며 “너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고 하는 말 또한 그 사람은 뭔가 인생을 잘못 살았으며 따라서 저런 대접이 어울린다고 하는 대표적인 약자 혐오 발언이다.

 

불평등과 차별을 옹호하는 수직적 집단주의

‘심한 집단주의’라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또한 약자 혐오를 쉽게 만든다. 집단주의란 개인의 성장과 행복보다 집단의 입김이 앞서는 것이다. 쉬운 예로 모두가 짜장면을 시킬 때 혼자 짬뽕을 시키면 왠지 ‘잘못’한 게 되고 눈총을 받는 등. 집단주의는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 집단이 존재하기보다 반대로 집단의 효율이나 영광을 위해 개개인이 ‘부품’이 되는 시스템이다.

가정이나 학교, 회사 등과 개인이 안 맞으면 가정과 학교가, 회사가 변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퇴출되는 것이 당연시된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은 각자가 속한 다양한 층위의 집단에서 좋은 부품인지 아니면 나쁜 부품인지 검열받게 되고 나쁜 부품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은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인권이나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중요시하지 않을뿐 아니라 한국 사회는 수직적 서열이 확고한 ‘수직적 집단주의’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이나 차별을 그닥 나쁜 것으로 보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각자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라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낮춰 대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며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사람을 달리 대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자신이 혐오를 당할 때에도, 혐오를 할 때에도 아예 혐오를 혐오라고 생각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문화와 규범이 그 자체로 다양한 혐오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혐오 표현에 대한 제재 또한 잘 나타나지 않는다. 혐오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 속에 생각하고 있던 걸 뱉느냐 아니면 뱉지 않느냐의 큰 차이를 만들며 적극적인 혐오자들을 양산한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억울하다는 피해의식

혐오와 관련된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중요 정서는 ‘피해의식’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살면서 겪은 억울한 일에 대해 간략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알바비를 떼였던 경험, 분명 상급자나 어른이 잘못을 했는데 그에 대해 지적했을 때 어리고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되려 질책을 당했던 경험, 군대에서의 부당한 명령이나 가혹행위 등이 다수였다. 노동권을 존중하지 않고 나이가 곧 권력이 되고 군복무가 의무인 한국 사회의 특성상 나타날 수밖에 없는 피해들이다.

문제는 이런 억울함을 올바른 방법을 통해 해소하지 못했을 때, ‘세상에서 내가 제일 억울하고 힘들게 살았고 남들은 몰라도 나는 더 이상 피해를 볼 수 없다’는 피해의식과 이기심이 함께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고생에는 뭔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보상이 따라야 하는데 보상은 없고 이유라곤 내가 지위가 낮고 약했던 것 뿐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라도 자신의 지위를 높이고 그 다음에는 내가 당했던 것처럼 내 밑에 있는 사람을 굴리는 것이 유일한 보상이 된다. 이렇게 억울함 발생 후 그 해결 과정이 올바른지 여부에 따라 한 때 억울했던 일의 피해자가 불의의 가해자가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연구들이 있다.(Zitek et al., 2010).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인생 편하게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추가적인 억울함이 소위 편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이는 다른 사람(보통 약자)들을 향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너는 편하게 살아서 좋겠다’ 또는 ‘내가 힘들었을 때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분노와 소외감은 종종 높은 공격성을 나타나곤 하는데 그것들이 혐오의 한 동력이 된다.

좀 더 골치아픈 사실은 딱히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어도 피해의식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그들은 자신들이야 말로 ‘피해자’라거나 이제 인종차별 같은 건 없고 되려 백인들에 대한 ‘역차별’이 더 심하다는 인식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Forscher & Kteily, 2017). 혐오자들이 자신을 스스로 강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되려 피해자로 생각하고 이민자나 여성 등 가상의 가해자 집단을 마땅히 없애거나 통제해야 하는 무엇이라는 일종의 강한 ‘신념’을 보인다.

여성을 심하게 혐오하는 남성들 역시 여성들이야 말로 세상을 편하게 살고 자신들은 순수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성소수자를 탄압하는 사람들 역시 성소수자에 의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도덕이 망가진다고 보는 등 그들을 나쁜 무리, 자신들을 소수의 깨어있는 정의의 사도로 정의한다. 본인을 ‘억압과 불의에 저항하는 투사’로 정의하기 때문에 반대에 부딫히면 더더욱 자신이 자신이 옳다는 신념을 굳히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혐오를 혐오로 인식하기

 

혐오의 감정을 밖으로 휘두를지 결정하는 데에는 사회의 도덕, 가치판단이 큰 영향을 끼친다.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알이다. 하지만 일단 그 사람이 혐오를 혼자 속으로 간직할지 아니면 밖으로 휘두르는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사회의 역할이 크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무리에 의해 중요한 도덕, 가치 판단이 좌우된다. 예컨대 노예제 시절 미국은 같은 인간인 흑인을 ‘백인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애매모호한 죄목으로 공공 장소에서 여럿이 돌아가며 고문하고 목매달아 죽이는 일이 흔했다. 인간은 ‘그래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 하나로 같은 죄책감 없이 잔혹한 행위를 벌일 수 있는 존재임을 기억하자. 따라서 이건 잘못됐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존재가 소중한 것이다.

이런 비도덕적인 행위가 일어날 때 흔히 같이 일어나는 것이 비인간화(dehumanization)이다. 저건 인간이 아니라 ‘짐승’, ‘벌레’라고 생각함으로써 아무 감정 없이 사람을 벌레 대하듯 대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을 사람 이하의 것으로 만드는 혐오 발언이 무서운 이유다. 대상을 아무 죄책감 없이 탄압하고 처단할 원동력이 되어 주기 때문. 대부분의 끔찍한 일들이 ‘XX충들은 막 대해도 돼’ 같은 작은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어떤 인권 침해나 학대도 ‘사소한’ 것으로 평가절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시행된 한 조사에서 학교에서 언어적 괴롭힘 등을 겪은 이후 이를 애써 ‘별 거 아닌 일’로 생각하고 애썼던 학생들이 이후 괴롭힘의 가해자가 되기도 했음을 발견했다. 분명 누군가에게 불편한 일을 ‘별 거 아니니까, 그냥 장난이니까’라고 치부할 때 그 사회는 가해자를 적극 양성하는 셈이 된다.

미국에서 시행되는 성폭력 예방 교육의 핵심 또한 대부분 다양한 성적 괴롭힘이 얼마나 나쁜 건지, 누군가 이런 괴롭힘을 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그 초점이 있다. 예컨데 ‘너의 그 성차별적인 농담은 하나도 재미 없어’라고 하는 등 괴롭힘을 그냥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주는 것 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혐오를 혐오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작은 행동들이 혐오가 만연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참고자료

-Espelage, D. L., Hong, J. S., Rinehart, S., & Doshi, N. (2016). Understanding types, locations, &perpetrators of peer-to-peer sexual harassment in US middle schools: A focus on sex, racial, and grade differences.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 71, 174-183.

-Forscher, P. S., & Kteily, N. (2017, August 10). A Psychological Profile of the Alt-Right. Retrieved from psyarxiv.com/c9uvw

-Luttrell, A., Petty, R. E., Briñol, P., & Wagner, B. C. (2016). Making it moral: Merely labeling an attitude as moral increases its strength.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65, 82-93.

-Zitek et al., (2010). Victim entitlement to behave selfishl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98, 245-25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역사는 알고 있다. 감염병이 낳은 증오를"

코로나19로 美 아시아계 증오 범죄 증가 예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현황이 담긴 미국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미국 내 아시아계 인종 증오 범죄가 속출하고 범죄 위협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섀년 하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조교수와 안젤라 가버 콜로라도대 교수 연구팀은 유례없는 공중 보건 위기 속에서 아시아계 인종 증오 범죄 사례와 감염병과의 연관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미국형사사법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연방수사국(FBI) 범죄보고서(UCR), 미국 국가범죄희생자조사(NCVS)를 토대로 인종 증오와 연관된 범죄 추이를 분석했다. 범죄는 언어적 괴롭힘과 물리적·신체적 폭력 등이 모두 포함됐다.

 

5년 단위로 UC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평균 증오 범죄가 9314건 발생했다. 67%는 인종이나 소수민족 증오와 연관됐으며 이 중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4.1%로 나타났다. 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매년 평균 증오 범죄는 7690건으로 다소 줄었다. 인종이나 소수민족 증오와 연관된 범죄는 59.6%, 이 중 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3.8%였다.

 

이같은 아시아계 증오 범죄 감소 추세는 2018년에 두드러진다. 연구진은 2018년 인구 10만명 이상의 80개 도시의 범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증오와 관련된 범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추세는 수치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NCVS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의 UCR과 NCVS 통계가 2021년 말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대폭 늘어났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 근거로 올해 상반기에 미국 내에서 일어난 아시아계 미국인 증오 범죄 사례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5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 한 남자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과 손에 2도 화성을 입은 사건, 3월 14일 텍사스주에서 미얀마에서 온 가족이 공격당한 사건 등이 꼽혔다. 미얀마 가족의 경우 범죄자는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서 범행을 하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드러난 범죄 양상과 매체 보도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감소 추세를 보이던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코로나19로 대폭 늘어났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연구진은 또다른 근거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미국 내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이 22% 늘어난 가운데 아시아계 미국인은 39%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감염병 유행이 미국 내 인종 및 소수민족 증오 범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역사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1800년대 중반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이른바 ‘골드러시’ 기간 동안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처음으로 미국에 왔을 때부터 괴롭힘과 폭력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개인 차원의 인종 차별과 외국인 증오 현상은 결국 1882년 제정된 ‘중국배제법’과 같은 제도를 양산했다. 주거지역 분리 정책에 의해 중국계 미국인들은 1800년대 후반부터 미국 각 도심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했고 백인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는 20세기 초반까지도 지속됐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 정부의 일본인 강제 수용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진에 따르면 1965년 이민법이 시행됐고 동아시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오면서 ‘소수민족’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했다.

 

미국이 이민자 국가로 발전하면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은 역사적으로 감염병 관련 차별과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연구진은 또 코로나19 감염병이 아시아계 미국인이 희생양이 된 첫 공중 보건 위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190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감염병 ‘선페스트’ 사례에서 보건 당국은 차이나타운 거주 중국인들을 격리시켰고 2000년대 초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유행했을 때도 동아시아인들은 전세계적으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섀넌 하퍼 교수는 “코로나19는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가 확산할 수 있도록 했다”며 “대다수가 자신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처럼 보이거나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 등 비난할 대상을 찾기 때문이며 아시아계 혐오 범죄는 팬데믹 기간 중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하퍼 교수는 또 “정치인들이 ‘중국 바이러스’와 같은 경멸적인 용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질병과 인종을 연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을 비난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증오 범죄’를 양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불행히도 외국인 혐오증이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시기는 전염병이 발발했던 때”라며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의 국가, 종교, 민족정 정체성 외부의 집단을 비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감염병은 두려움을 키우고 두려움이 편견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염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종과 민족에 대한 증오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우리는 왜 위기 앞에서 증오하는가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는 위기를 맞았고 개인들은 당연히 누려야할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무엇보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감염병 공포, 불안과 함께 중국인을 비롯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시기는 물론 위기의 시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는 건강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동아사이언스는 코로나 시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 현상과 연관된 데이터와 심리분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혐오의 원인과 우리 사회가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연속기획을 통해 짚어봤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시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 일어났다. 이탈리아에서는 시장에서 장을 보던 아시아계 남성에게 난데없이 주먹을 날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으로 가족을 잃은 한 미국인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에 ‘모든 감염병이 중국에서 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중국에 대한 혐오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중국과 가까운 한국과 일본에서도 혐오와 차별 행위가 발생했다. 일본 트위터에서는 ‘#중국인들일본으로오지말라(#ChineseDontComeToJapan)’이라는 해시태그로 가득찼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언급하며 ‘더럽다’, ‘생물 테러리스트’ 등 혐오 문장들이 쏟아졌다.

 

국내에서는 76만 명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하기 위한 정부 청원에 서명하는 등 중국인 차별에 대한 대규모 움직임이 일었다. 혐오와 차별은 외국인과 이태원 클럽 이용자들에게로 이어졌다. 동성애 혐오에 대한 여론이 일었으며 외국인들의 대구 등불 축제 참석이 금지되는 등 차별적 행위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등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조치를 가져왔다. 지구촌 사람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불안감과 공포, 증오의 감정을 특정집단에 투영하기 시작했고 아시아인 등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 범죄 양상으로 치달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혐오 현상에 대해 내재해 있던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평소에 얄밉고 만만한 대상으로 전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문제 해결이라는 실질적인 이슈보다는 감염병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 전가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혐오가 싹트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시대 혐오는 방역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4월 ‘코로나19 낙인을 멈춰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발병이 처음 보고된 이후 전 세계 아시아계 사람들은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고 있다”며 “결국 이런 인종차별이 ‘모두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로저 얏 노크 정 홍콩대 의대 교수는 지난 2월말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공포감과 혐오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의심 증상자가 자신의 상태를 공식 기관에 보고하고, 적시에 적절한 검사를 받아 감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을 방해한다”고 우려했다.

 

 


○세계 곳곳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 늘어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5월 중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영국에서 21% 상승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21%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사적인 성 영상물을 공유하는 등 범죄 수법도 다양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경찰은 범죄 기록 시스템에서 IC코드를 사용해 피해자의 인종을 식별한다. IC4는 남아시아인과 연관이 있으며 IC5는 동아시아인과 연관된다. 영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는 개인이 침을 뱉고 폭행을 당하는 것을 포함해 대부분 기록으로 남아있다. 영국 경찰은 2020년 3월까지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1월 3일 캐나다 매체인 밴쿠버 뉴스에 따르면 올해 밴쿠버에서 반아시아 혐오 범죄 사건이 급증했다. 일반적인 혐오 범죄가 밴쿠버 전체에서 올해 116% 증가했지만 인종 차별과 폭행이 포함된 아시아 지역사회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9월까지 보고된 아시아인 혐오 범죄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건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88건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도 예외는 아니며 이미 과거 경험도 있다. 일례로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시기 미국에서는 서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혐오적 행위가 늘어났다.

 

아시아태평양정책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월과 7월 사이 최소 2100건의 반아시아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 사건은 대부분 인종 모욕 발언처럼 증오심을 표현한 것이었으나 약 8%는 피해자에게 침을 뱉거나 아시아인을 기업에서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등 행동적인 범죄였다고 밝혔다. 3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인 남성이 10대 집단의 공격을 받은 사례, 4월 한 중국계 미국인 가족이 거주하는 집이 공격당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인종 차별적 사건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정치적 발언과 행동이 일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60일 동안 미국 이민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조장했다.

 

몇몇 연구에서는 증오 범죄의 증가가 미디어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미국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이슬람 혐오증과 이민을 연결하는 부정적인 미디어 묘사로 인해 이민자, 히스패닉 등 소수 민족 범죄자에게 더 긴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사이트에서 중국어를 쓰지 말자는 정서가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 사용과 특히 중국 소수 민족에 대한 외국인 혐오적 태도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만연한 혐오, 방역 어려움 가중시킨다


 

전문가들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의심 증상자가 제때 증상을 보고하는 것을 방해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로저 얏 노크 정 홍콩대 의대 교수는 이 같은 의견을 담은 ‘서신’을 국제학술지 랜싯 2월 12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의 확산은 중국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중국 정책에 반발하며 사회운동이 진행됐던 홍콩이 이런 감정의 최전선에 있었다. 일례로 지난 1월 홍콩의 거대 식당체인회사인 ‘광윙캐이터링’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페이스북에 발표했다. 영어와 광둥어를 사용하는 고객만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이 회사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나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공유됐다.

 

정 교수는 “바이러스가 중국과 관련이 있어 사람들은 중국 본토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한다”며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공중보건 조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포감과 혐오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의심 증상자가 자신의 상태를 공식 기관에 보고하고, 적시에 적절한 검사를 받아 감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런 편견들은 적시에 확진자가 발견되는 것을 방해하는 수치심과 스트레스,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효율적인 공중보건 조치라도 이런 편견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계적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4월 7일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시아인에 대한 비참한 인종차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결국 ‘모두의 손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이처는 지난 4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설을 발표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일으키는 감염병의 정식 명칭을 ‘코로나19’로 확정한 것도 ‘우한 폐렴’과 ‘중국 코로나바이러스’처럼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연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보통 바이러스성 감염병은 첫 발병이 발생한 지역과 연관된다. 약 100년 전 스페인 독감도 그랬고 질병이 발생한 우간다 숲의 이름을 딴 ‘지카 바이러스’도 그랬다. 하지만 WHO는 2015년 이런 관행을 중단하고, 질병 관련 지역이나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낙인과 공포감,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지침을 도입했다.

 

지침이 강조한 것은 바이러스는 모든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점이다. 한 명의 사람이 어느 지역에서 왔든, 어떤 사람이든 간에 모든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정치인들은 코로나19와 중국을 지속적으로 연관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영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정치인들도 ‘중국의 잘못’과 같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연관 짓는 언행을 이어왔다.

 

네이처는 “결국 이런 혐오와 차별이 ‘모두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양성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문화간 이해와 대화, 관점과 존재 방식 공유를 이끈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결국 이런 다양성이 연구와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국민들 "인권보다 방역 우선" 전문가들 "새로운 목표 위해 단절과 괴리 대신 연대 모색해야"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이 지난 9월 초 공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연구 1차 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방역과 인권 중에서 방역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총 3차례 진행된 설문조사 중 9월에 발표된 결과는 지난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이뤄진 설문조사 분석 결과다.

 

국민들은 방역과 인권 보호가 대립할 경우 인권 보호를 후순위로 미뤄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1월부터 8월까지 일관되게 ‘그렇다(방역이 우선이다)’라는 응답이 74~7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무리한 방역대책이 결과적으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는 응답이 56%로 더 높았다. 외국인이나 특정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 문제보다는 방역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관련한 혐오 발언을 들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혐오 발언의 대상은 신천지와 기독교,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 사회적 거리두기 미실천자, 정치인, 기타 종교, 정부 및 대통령, 중국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유명순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전이라면 당연했을 관계의 형성이 가로막히거나, 관계로부터 분리가 되면서 정서적으로 지치고 우울한 경험 역시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면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있는 만큼 실질적인 심리방역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 시대에 과도한 낙관은 방심과 무책임을 낳지만, 반대로 지나친 위축과 긴장 역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목표 실현의 기회, 참여를 높일 방안, 단절과 괴리 대신 연대를 경험할 수 있는 코로나와의 공존 전략을 개발하는 등 유연한 시민사회 방역을 위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힘을 합쳐 백신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자보다는 감염병 시대에는 분노와 혐오의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라며 “한국의 경우 민족주의나 집단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이같은 특성이 혐오와 연결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강사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감염병에 대한 집단적인 심리 반응은 두려움과 불안에 이어 혐오 반응, 원인을 제공한 대상에 대한 분노와 책임 전가로 이어진다”며 “인간이 지난 혐오나 이타심 모두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감염병 시대에 맞는 연대와 협력, 이타심으로 사회를 만들어갈지도 결국 인간이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확진자 폭증하자 미움도 덩달아 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시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원인 모를 폐렴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의 서막이었다. 국내 언론은 사태 초반만 해도 중국 우한시의 한 수산물시장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병 사태를 중국 현지에서 일어난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다뤘다.

 

국내에선 올 1월만 해도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19와 관련해 우한을 중심으로 중국과 아시아 일부국가로 급격히 환자가 확산되는데도 별다른 대응 조치가 없었다. 하지만 1월 20일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여성 관광객이 감염된 것으로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같은 달 23일 중국 중앙정부가 급기야 우한시에 대해 봉쇄령을 내리자 국내에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 올라오며 76만여명이 동의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중국인을 혐오하거나 폄하하는 ‘혐중’ 반응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댓글의 표현은 거칠어졌고 비난의 수위는 높아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작된 발원지로 지목된 우한과 폐렴을 합해 '우한폐렴'이란 지역명이 합쳐진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중국인을 원색적으로 비하하는 표현하는 ‘짱깨바이러스’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한폐렴과 같은 지역명과 합쳐진 표현은 이후 국내에서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1차로 유행하면서 지역민들이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고통을 겪기도 했다.

 

혐오적 표현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최근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월 중순 홍콩 출신 생명과학자 옌리멍 전 홍콩대 연구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군사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논문을 연구 데이터 공유 사이트 ‘제노도’에 공개하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다시 확산했다. 과학자들은 근거와 설득력이 약한 주장이라고 했으나 불붙은 혐오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관련 소식을 전한 기사 댓글에는 "중국이 전세계 사람들 다죽이고 있다"는 댓글부터, "중국편에서 유리한 기사를 쓰는게 수상하다"는 글까지 불신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또한 확인된 근거라해도 감염병과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중국 국적을 가진 개인들에게까지 가해지는 혐오의 시선이다.

동아사이언스는 온라인 조사 전문기업 네오알앤에스와 올해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현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봤다. 2월 1일~7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2명으로 비교적 적었던 '확산초기'와 2월 27일 누적 확진자가 1766명에서 3월 4일 5766명으로 급증한 '급증기', 7월 21일~7월 27일 1만3879명에서 1만4203명으로 늘어난 '일시증가기', 휴가철 직후 8월 25일부터 8월 31일까지 확진자가 하루 441명까지 발생하며 누적 확진자가 1만8265명에서 2만182명으로 급격히 늘어난 재확산기로 구분하고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댓글 1000개 이상이 달린 코로나19 관련 보도 264건 아래 달린 댓글 45만여개를 분석했다.

 

전체적인 분석 결과 기사 댓글에서 혐오적 표현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는 2월 27일~3월 4일이던 급증기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하루 확진자가 500~900명이 나오던 시기다. 2월 27일 일일 확진자 449명을 시작으로 28일 427명, 29일 909명, 3월 1일 595명, 2일 686명, 3일 600명, 4일 516명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신천지를 중심으로 감염이 확대되고 신천지 측이 명단을 누락한다는 의혹도 확산이 되면서 신천지를 겨냥한 혐오 표현을 담은 댓글 비중은 62.1%에 이른다. 환자 급증에 따른 불안감과 우울감이 표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기별로 나타난 댓글 키워드는 확산 초기의 경우 ‘중국’, ‘중국인’, ‘시진핑’, ‘공산당’ 등 중국과 연관된 키워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기간은 국내에서는 '중국 의사 신종 코로나 일찍 경고했지만 중국 당국 은폐 시도' '천산갑이 신종코로나 중간숙주 가능성' '야생동물 식용거래가 신종 코로나 원인' '시진핑 주석 방한' '시진핑 주석 책임론'과 같은 기사가 이어졌다. 급증기에는 ‘신천지’라는 키워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중국’, ‘국민’, ‘정부’, ‘문재인’, ‘대구’가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신천지 교회 등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집단감염이 나타난 신천지를 언론이 집중조명하면서 댓글이 집중됐다. 이와함께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산한데 이어 일부 중국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해외서 시작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에 대한 반감이 확산한 것도 반영됐다. 중국인 입국금지 문제와 추경 편성과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일부 포함됐다.

 

○ 댓글 45만건 전수 분석...어떻게 조사했나

 

 

온라인 공간에서 여론의 동향과 혐오적인 표현의 등장을 살펴보기 위해 분석 기간을 첫 확진자가 나온지 얼마 안된 ‘확산 초기’와 대구·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급증기’, 해외 입국 확진자로 인해 늘었던 ‘일시증가기’, 휴가철과 8·15 광복절 집회 등이 겹친 ‘재확산기’ 등 4개 기간으로 나눴다.

 

이어 각 기간별로 포털 뉴스에서 혐오 대상과 관련한 뉴스를 추려내기 위해 단어 자체로는 비하적 의미가 없지만 혐오 대상과 밀접한 단어를 설정했다. 확산 초기에 관련된 단어로는 ‘중국’·‘우한’·‘박쥐’를, 급증기에 혐오대상과 관련된 단어로 ‘신천지’·‘대구’를 뽑았다. 일시증가기 단어로는 ‘외국인’·‘입국’을, 마지막 재확신기 관련된 단어로는 ‘교회’·‘태극기’를 뽑았다. 단어 추출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이뤄졌다.

 

취재팀은 네오알앤에스팀의 도움을 받아 9월 23일부터 10월 4일까지 12일간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 게재된 뉴스 보도 중 각 시기별 해당 단어가 포함된 기사 가운데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린 기사를 뽑아 댓글을 수집했다. 포털 뉴스 댓글을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성향을 지닌 특정 그룹별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보다 불특정 다수가 광범위하게 접근할 수 있어 여론 추이를 살펴보기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수 수집 결과 확산 초기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린 기사는 3건, 급증기는 244건, 일시증가기는 5건, 재확산기는 12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사에 달린 댓글 48만4900건이 함께 수집됐다. 취재팀은 이 가운데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댓글을 제외한 45만5873건의 댓글 전수를 분석 대상으로 확정하고 한국어 형태소 분석 기법을 활용해 분석했다.

 

댓글의 형태소 분석에서 각 시기별로 댓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뽑아내 100개씩 추려내고 이 가운데 혐오성 표현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직접 수작업으로 가려냈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의 특성상 중립적인 의미를 가지거나 ‘비아냥’ 표현, 반어·역설 표현 등 댓글 작성자의 혐오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댓글은 제외했다. 조사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상식적인 기준에서 혐오 의도가 명확한 댓글만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가려냈다.

 

○ 코로나19 확진자 폭증하자 혐오 댓글 비중도 급증

 

댓글 45만5873건에 대한 전수 분석 결과 혐오성 댓글은 4개 기간을 통틀어 평균 61%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주요 시기마다 혐오만 봐도 사이버 공간에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확산 초기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율은 59.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2월말에서 3월초 급증기는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이 기간 추출한 기사에 달린 전체 댓글 가운데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중은 62.1%에 이른다. 트래픽수로 보면 확산 초기보다 80배 이상 많은 수치다. 혐오성 표현이 크게 늘어난 급증기 해당하는 1주일간 늘어난 총 확진자수는 3972명에 이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잠재된 불안감과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가 기사 댓글을 통해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혐오성 표현은 시간이 흐르며 줄어든다. 일시증가기와 재확산기에는 전체 댓글 중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중은 37.4%, 4기의 경우 40.8%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혐오 표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성 표현은 해당 기간에 나타난 신규 확진자 증가 폭에 따라 함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에서 사용되는 표현의 강도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댓글 표현 강도를 분석하기 위해 4개 시기별로 댓글당 형태소 분석을 통해 혐오성 단어의 언급 빈도를 살펴봤다. 혐오성 표현이 얼마나 자주 쓰이는지, 얼마나 덜쓰는지 빈도수를 통해 상황이 악화하는지, 나아지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확산 초기와 급증기에는 댓글 1건에 포함된 혐오성 단어 사용빈도는 1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확산초기 댓글 1건당 사용된 혐오성 단어의 사용빈도가 1.31개로 나타났지만 급증기에선 1.15개로 혐오성 단어 사용빈도가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기간 기사 댓글에서 혐오성 표현이 자주 나타난 것은 ‘중국(인)’과 ‘신천지’라는 특정집단이 인터넷 공간에서 혐오 대상이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혐오의 속성이 거부감이라는 전문가 진단과 맥락을 같이 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는 가까이 하기 싫은 마음과 거부감에서 비롯된다”며 “중국이나 신천지의 경우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들의 가까이 하기 싫은 마음, 거부감이 굉장히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시증가기와 재확산기에는 혐오성 단어의 사용빈도가 더 줄어 각각 0.86개와 0.65개로 줄었다. 확진자 숫자 추이와는 상관없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혐오 댓글은 줄지는 않았지만 강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먼저 하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일상화하면서 혐오의 강도가 낮아졌다는 해석과, 또 일시증가기와 재확산기의 주요 혐오 대상으로 지목된 외국인과 입국, 태극기와 교회가 이보다 앞서 확산 초기의 중국과 급증기 신천지보다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해석이다.

 

하루에 국내 발생 확진자보다 해외유입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한 일시증가기에는 외국인이 혐오 대상 상위에 올라있었지만 혐오성 단어사용빈도는 떨어졌다. 확산 초기처럼 중국과 같이 특정 국가로 한정하지 않고 확진자 가운데 해외에서 돌아온 한국 유학생도 포함된 덕이다. 재확산기에는 광복절 집회 참석한 종교 집단과 특정 단체의 일탈적 행위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집회에 동의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정서적 피로감 누적과 확산초기와 급증기 받은 정서적 충격이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 ‘정부’에 대한 관심도 일관되게 높게 나타나

시기별 분석대상 댓글에 포함된 단어의 키워드를 구분해 '워드 클라우드'를 수행한 결과다. 각 시기에 따라 중심 키워드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설정했던 모든 시기에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키워드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이 워드클라우드에서는 시기별 기사 선별을 위한 검색 키워드는 제외됐다. 예를 들어 1기의 경우 '중국', '우한', '박쥐' 키워드가 워드클라우드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 키워드는 기사 선별을 위해 활용돼 워낙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별 댓글에 나타난 혐오성 표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4개 시기에서 공통적으로 정부에 대한 관심이 몹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산 초기 댓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는 ‘중국’과 ‘중국인’, ‘시진핑’, ‘공산당’, ‘바이러스’, ‘박쥐’ 순이지만 바로 그 다음으로 ‘정부’와 ‘국민’, ‘우리’, ‘사람’, ‘마스크’, ‘문재인’ 순으로 나타났다. 급증기 기사 댓글에서도 ‘신천지’와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했지만 그 다음을 다시 ‘국민’과 ‘정부’, ‘문재인’, ‘사람’ 순으로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증가기에선 가장 많이 언급된 ‘외국’, ‘세금’, ‘치료’ 다음으로 ‘국민’과 ‘정부’, ‘외국인’, ‘치료비’, ‘국민들’, ‘호구’ 등이 뒤를 이었다. 4기에서도 유사했다. ‘미통’과 ‘사람’이 가장 많이 언급됐지만 이들 키워드 다음으로는 ‘국민’, ‘전광훈’, ‘집회’, ‘정부’ 순으로 언급됐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혐오대상인 특정 집단을 제외하면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 또는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시증가기의 경우 국민과 정부, 외국인, 치료비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올랐는데 이는 당시 외국인 입국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의 치료를 지원한 정부에 대한 기사가 논란이 된 부분이 반영됐다.

확산 원인 지목된 사람들, 국민들의 마음도 급격히 떠나갔다

서울대 코로나 확산 영향력과 호감도·신뢰도 분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11월 중반 이후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 집단감염 양상이 뚜렷한 3차 대유행이 현실화했다. 연말 코로나19 확산 위기로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최근의 유행 상황과 올해 내내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였던 특정 시기와는 차이점이 있다. 기존 확산 시기에서는 특정 집단과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났다면 최근 유행 상황은 전국을 가리지 않고 직장과 가정, 소모임, 사우나·체육시설·식당(주점, 카페)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행이 이뤄지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취재팀은 앞선 보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의 직간접적 계기가 비교적 명확했던 시기 관련 뉴스 보도의 인터넷 포털 댓글 분석을 통해 확진자 증가와 댓글상 혐오 표현의 관계를 분석했다. 댓글 45만5873건에 대한 분석 결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의 중요 시기마다 혐오 표현이 포함된 댓글은 평균 61%로 나타났으며 대구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2월 말에서 3월 초 혐오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중은 62.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인터넷상 혐오 여론도 함께 늘어났던 것이다.

 

취재팀은 인터넷 보도의 댓글에 대한 분석에 이어 확진자 증가의 직간접적 계기로 지목됐던 특정집단과 지역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인식 현황을 직접 조사했다. 앞선 보도를 통해 확산 초기와 급증기, 일시증가기, 재확산기로 나눠 각 시기별 핵심 키워드로 확산 초기에는 '중국' '중국인'을, 급증기에는 '신천지' '대구'를, 일시증가기에는 '외국인' '입국'을, 재확산기에는 '태극기' '교회'로 뽑아 관련 기사 혐오 댓글을 분석한 연장선상에서 이와 연관된 특정집단을 명시해 혐오 댓글 현상으로 나타난 상황과 국민들의 인식이 관련있는지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잠재적인 혐오 대상 특정집단으로 ‘중국 사람’과 ‘대구 사람’, ‘해외 입국 외국인’, ‘신천지 교인’, ‘태극기 집회 참석자’로 분류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인식이 혐오 댓글로 표출되는 현상을 확인한 상황에서 실제로 국민들의 이들 특정집단에 인식을 다각도로 살펴봄으로써 코로나19로 드러난 혐오 사회의 단면을 짚어보자는 의도였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서울대 인류학과 강사) 연구진과 온라인 조사 전문기업 네오알앤에스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19 확산 각 시기별 잠재적 혐오 대상자로 분류될 수 있는 특정집단에 대한 일반적인 심리 조사 요소인 ‘호감도’와 ‘신뢰도’, ‘거리감’, ‘감정온도’와 함께 각 집단이 코로나19 확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인식도를 나타낸 ‘영향력’을 조사했다. 이때 영향력은 실제 확산에 기여한 영향과는 별개로 특정집단의 확산 원인 제공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을 조사했다.

 

국내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들이 코로나19 확산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인식하는 특정집단은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사람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 해외 입국 외국인, 대구 사람 순이었다.

 

특히 영향력(확산 원인 인식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특정집단은 나머지 검사 지표인 호감도와 신뢰도, 거리감, 감정온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특정집단은 코로나19 확산의 직간접적 계기로 지목되면서 국민들의 특정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겼고, 부정적 인식이 감염병 시대 혐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특정집단의 코로나 확산 원인 인식도 모두 높아...성별·권역별·정치성향별로 달라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직간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된 특정집단의 영향력 인식에서는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를 5점으로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를 1점으로 한 5점 척도 조사에서 조사 대상이었던 모든 집단에 대한 영향력 점수가 평균 3점(보통)을 넘어선 가운데 신천지 교인 4.52점, 중국 사람 4.19점, 태극기 집회 참석자 4.09점, 해외입국 외국인 3.71점, 대구 사람 3.20점으로 나타났다. 물론 영향력 점수는 실제 확산에 기여한 영향력과는 무관한 응답자들의 주관적인 인식이다.

 

 

성별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특정집단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이 높았다. 신천지 교인은 남성의 경우 평균 4.52점이었지만 여성은 4.62점으로 높았다. 중국 사람에 대한 영향력 인식도 남성은 4.19점, 여성은 4.31점이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영향력은 남성이 4.09점이었으나 여성이 4.27점으로 높았으며 해외 입국 외국인의 영향력 인식도는 남성 3.71점, 여성 3.29점으로 나타났다. 대구 사람의 경우 남성 3.20점, 여성 3.24점으로 대동소이했다.

 

연령별로는 신천지 교인과 중국 사람에 대해서는 20대 이하에서 영향력 인식이 높았고 태극기 집회 참석자과 대구 사람에 대해서는 30대, 해외 입국 외국인에 대해서는 40대에서 영향력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는 신천지 교인과 중국 사람이 코로나19 확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는 반면 30대 이상에서는 외국인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 대구 사람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더 미쳤다고 본 것이다.

 

설문 응답자를 수도권과 충청권, 경상권, 호남권, 기타권역으로 나눈 권역별로 보면 경상권 응답자들은 대구 사람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코로나19 확산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대구 사람의 경우 경상권의 영향력 점수가 3.14점으로 가장 낮고 수도권(3.17점), 충청권(3.44점), 호남권(3.34점), 기타권역(3.50점)이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경우 경상권 응답자의 영향력 점수가 4.02점으로 가장 낮은 반면 수도권(4.20점), 충청권(4.36점), 호남권(4.33점), 기타권역(4.10점)이었다.

 

응답자의 정치성향별로 분석한 결과 자신을 ‘보수’에 속한다고 한 응답자들은 신천지 교인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 대구 사람에 대한 영향력 점수를 현저히 낮게 답했다. 신천지 교인의 영향력 점수의 경우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한 응답자들의 평균은 4.73점인 반면, 보수 성향 응답자들은 4.37점이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영향력 점수는 진보 성향 4.52점, 보수 성향 3.63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 코로나 확산 원인 제공 크다고 느끼는 집단일수록 호감도·신뢰도 낮아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특정집단별 호감도와 신뢰도는 코로나19 확산 영향력 인식과 맥락을 같이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느끼는 집단일수록 호감도와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5점 만점(매우 좋아한다)과 최저 1점(매우 싫어한다)을 기준으로 호감도 점수를 분석한 결과 신천지 교인의 호감도 점수는 1.52점으로 가장 낮았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 1.80점, 중국 사람 2.34점, 해외 입국 외국인 2.93점, 대구 사람 3.23점 순이었다.

 

신뢰도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5점 만점(매우 신뢰한다)을 기준으로 한 신뢰도 점수에서 신천지 교인은 1.55점으로 가장 낮았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 1.83점, 중국 사람 2.15점, 해외 입국 외국인 2.78점, 대구 사람 3.18점 순이었다. 호감도와 신뢰도에서 대구 사람만 각각 3.23점, 3.18점으로 보통(3점)을 넘겼으며 나머지 특정집단은 모두 보통 미만의 점수로 분석됐다.

 

실제로 조사 항목별 상관관계 분석에서도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호감도와 신뢰도의 상관계수는 0.828로 최대치인 1에 가까웠다.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수록 또는 신뢰도가 높을수록 각각 신뢰도와 호감도도 높았던 것이다.

 

남성보다 여성에 비해 각 특정집단별 호감도 점수와 신뢰도 점수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호감도의 경우 신천지 교인에 대한 남성 응답자의 호감도는 1.60점인 데 비해 여성 응답자의 호감도는 1.45점이었으며 신뢰도의 경우에도 동일한 신천지 교인에 대해 남성 응답자의 호감도는 1.60점, 여성 응답자의 호감도는 1.49점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석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친 특정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도 연관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얼마나 줬는지를 따지는 영향력 점수는 신천지 교인이 4.52점으로 가장 높았고 중국 사람 4.19점, 태극기 집회 참석자 4.09점이었다. 중국 사람의 경우 영향력 점수가 높은 데 비해 호감도와 신뢰도는 신천지 교인이나 태극기 집회 참석자보다 소폭 높았지만 전체 평균 호감도 2.34점, 신뢰도 2.15점으로 해외 입국 외국인이나 대구 사람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으로 여기는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는 1점대에 그친 것이다.

 

이같은 감정인식은 코로나19 확산 영향력 점수와 마찬가지로 정치성향에서도 확연히 갈렸다. 자신을 진보성향이라고 한 응답자의 신천지 교인 호감도와 태극기 집회 참석자 호감도는 각각 1.43점, 1.37점에 불과했고 신뢰도도 각각 1.41점, 1.45점에 그쳤다. 반면 자신을 보수성향이라고 한 응답자의 신천지 교인 호감도와 태극기 집회 참석자 호감도는 1.67점, 2.32점으로 나타났고 이들 각 집단에 대한 신뢰도도 1.73점, 2.37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거리감·감정온도에서도 특정집단별 인식 엇갈려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분석 외에 거리감과 감정온도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거리감을 측정하는 데는 ‘내 자녀와 (특정집단과의) 결혼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지’를 매우 반대(4점), 반대(3점), 찬성(2점), 매우 찬성(1점)으로 물었다. 이 설문문항은 사회심리학과 인류학 분야에서 내집단과 외집단의 거리감을 측정하는 주요 도구 중의 하나로 학술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문항이다.

 

감정온도는 ‘외집단’에 대한 태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0도를 ‘매우 차갑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로 100도를 ‘매우 따뜻하거나 우호적인 태도’로 설정해 각각 감정온도를 응답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신천지 교인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에 대한 거리감 점수가 각각 3.71점과 3.38점으로 가장 높았다. 중국 사람에 대한 거리감 점수도 3.18점으로 상당히 높았으며 해외 입국 외국인(2.69점)과 대구 사람(2.17점)이 뒤를 이었다.

 

감정 온도에서도 신천지 교인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에 대한 감정온도가 가장 낮았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응답자들의 감정 온도는 13.8도에 그쳤고 태극기 집회 참석자에 대한 감정온도도 20.0도에 불과했다. 중국 사람에 대한 감정 온도는 28.2도, 해외 입국 외국인 43.3도, 대구 사람 54.4도 순으로 분석됐다.

 

 

● 어떻게 조사했나

 

2020년 10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통계상의 18세~69세 인구 3842만1974명을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비율을 기준으로 조사대상을 설계했다. 각 연령별 비율에 따라 남성 507명과 여성 493명이 응답했다.

 

권역별로는 인구통계상 비례에 맞춰 수도권 513명, 충청권 105명, 경상권 249명, 호남권 93명, 기타권역 40명으로 전체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설계 기준으로 무작위로 응답자를 모집했으며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의 신뢰수준은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1%p다.

점점 예민해지는 사회, 우울과 스트레스 악순환 빠져든다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을 앞두고 130개 회원국의 정신건강 서비스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이 늘었고 야외 활동 감소로 인한 결핍감과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우울증)’로 불리는 코로나19에 따른 정신건강 연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과 브라운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코로나19 이후 성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무기력, 의욕 저하를 경험한 비율이 코로나19 이전 8.5%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약 28%까지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가 공개된 9월 초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미국 내 코로나19 유행 이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첫 결과”라며 “불안과 공포, 우울, 고립감 등이 수개월간 지속되면서 정신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연구결과로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이 지난 9월 초 공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연구 1차 분석 결과에서 지난 5월과 8월 한국인들의 부정적 감정이 변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5월에는 불안이 62%, 분노가 11.5%였지만 8월 말 불안이 48%로 낮아진 반면 분노(25.3%)와 공포(15.2%)가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병 위기로 불안과 공포,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높아진 사회는 부정적인 감정을 특정집단에 투영하고 이들에 대한 혐오나 인종차별로 이어진다. 동아사이언스 취재팀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인 감정이 실제로 혐오 감정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서울대 인류학과 강사) 연구진과 온라인 조사 전문기업 네오알앤에스의 도움을 받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판 우울·불안·스트레스 척도인 ‘K-DASS(Depression Anxiety Stress Scale)-21’을 활용한 조사를 수행했다. 여기에 일반적인 혐오 이벤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인 ‘혐오 민감성 척도(K-DS-R)’을 추가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혐오 민감도가 얼마나 높은지도 추가 조사했다.

 

 

총 21문항으로 구성된 K-DASS-21은 심리과학에서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정도 조사로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진단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조사 도구다. K-DS-R은 혐오 정서 민감성을 측정하기 위해 1970~1980년대 미국 학계에서 개발된 도구로 인류학과 심리학 분야 등에서 지금까지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취재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앞선 보도에서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특정집단(중국인, 대구 사람, 해외 입국 외국인, 신천지 교인, 태극기 집회 참석자)에 대한 정서 반응(호감도·신뢰도·감정온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통계 분석 결과 코로나19 이후 한국인들의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정도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혐오 민감성에서도 보통 수준 이상의 혐오 민감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특정집단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높아진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정도가 특정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매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조사에 참여한 유지현 서울대 인류학과 연구원은 “일반 인구집단의 혐오 민감성과 우울·불안·스트레스 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은 심리가 잠재적 혐오 대상자인 특정집단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평균 이상으로 높아진 한국인 혐오 민감성


 

진화인류학에서 혐오는 ‘행동면역체계(BIS)’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 혐오 정서는 음식이나 분비물 등에 대한 구역감이 근원이다. 기본적으로 병균에 대한 저항 인식과 병균을 몸에 들이지 않기 위한 감정이 혐오의 근원이다. 이같은 학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된 혐오 민감성 척도인 ‘K-DS(Disgusting Scale)-R’은 15개 척도로 구성된다.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K-DS-R을 조사한 결과 혐오를 유발하는 이벤트항목에 대한 평균 점수는 5점 만점(매우 역겹다)에 3.74점으로 나타났다. 보통 수준인 3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국민들의 혐오 민감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통상적으로 혐오 민감도가 낮게 나타나는 항목에 대해서도 평균 이상의 점수가 나왔다. ‘누군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케첩을 뿌려먹는 것을 본다’에 대한 혐오 척도는 3.18점으로 3점(보통)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혐오적인 상황에 훨씬 민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 중 남성의 혐오 민감성 점수는 3.62점이었지만 여성은 3.86점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3.81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권역별로는 수도권 응답자들이 타 지역 응답자에 비해 혐오 민감성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조사 기간이었던 11월 18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데 대한 혐오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 20~30대·보수성향 우울·불안·스트레스 높아져


 

 

우울·불안·스트레스 척도로 활용된 도구인 ‘K-DASS-21’은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각 영역별로 7문항씩 총 21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나는 안정을 취하기 힘들었다’ ‘숨쉬기가 곤란한 적 이 있었다’ 등의 문항에서 0~3점(0점=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3점=매우 많이 또는 거의 대부분 해당된다)을 매기게 한뒤 응답자 전체의 점수 평균을 매겼다.

 

K-DASS-21 척도에서 우울은 9점 이하가 ‘우울감이 없는 상태’, 10~13점이 ‘경증의 우울감이 있는 상태’, 14점 이상이 ‘중증 이상의 우울감이 있는 상태’로 나뉜다. 불안의 경우 7점 이하와 8~9점, 10점 이상으로 구분되며 스트레스는 14점 이하와 15~18점, 19점 이상으로 구분된다.

 

조사 결과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모두 경증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항목의 전체 평균 점수는 12.04점으로 경증의 우울감이 있는 상태에 해당됐다. 불안은 10.53점으로 중증 이상의 불안감이 있는 상태로 분석됐다. 스트레스의 전체 평균 점수는 13.70점으로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정도는 세대별, 정치성향별로는 크게 엇갈렸다. 각 척도당 ‘없는 상태’와 ‘경증’ ‘중증 이상’으로 구분해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20~30대의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정도는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에서 중증도 이상의 우울에 해당되는 응답자는 47.8%로 2명당 1명꼴로 나타났다. 중증도 이상의 불안에 해당되는 20대 이하 응답자는 53.7%로 나타났고 중증도 이상의 스트레스에 해당되는 20대 이하 응답자도 38%에 달했다. 30대에서도 중증도 이상의 우울 47.8%, 중증도 이상의 불안 55.1%, 중증도 이상의 스트레스 32%였다. 20~30대에서 2명당 1명꼴로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에서 중증 이상을 보인 것이다.

 

전체 평균 우울 점수에서도 이같은 세대별 특성이 반영됐다. 우울 점수의 경우 20대 이하 평균점수는 13.65점(경증), 30대 13.52점(경증)으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40대도 12.28점(경증), 50대 이상 10.42점(경증)에 달했다. 불안 점수의 경우 20대 이하 평균점수는 11.92점(중증), 30대 12.24점(중증), 40대 10.87점(중증), 50대 이상 8.87점(경증)이었다. 스트레스 점수는 20대 이하 15.46점(경증), 30대 15.54점(경증), 40대 14.36점(경증), 50대 이상 11.61점(없는 상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코로나19는 젊은 세대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가 8월 12일 발표한 보고서 ‘청년층과 코로나19: 일자리, 교육, 인권,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전 세계 18~29세 청년의 절반 가량이 불안과 좌절 등 우울감을 경험했고, 코로나19에 의한 불확실한 미래에 고통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 성향별로도 확연히 갈렸다. 자신을 진보성향이라고 한 응답자의 우울 점수는 10.79점, 불안 점수 9.54점, 스트레스 점수 12.84점인 반면 보수성향이라고 한 응답자의 우울 점수는 13.87점, 불안 점수 12.46점, 스트레스 점수 15.49점으로 상대적으로 대폭 높았다.

 

 


○ 혐오 스위치 켜지자 호감도·신뢰도 낮아지고 거리감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혐오 민감성 척도와 우울·불안·스트레스 척도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확산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특정집단(중국인, 대구 사람, 해외 입국 외국인, 신천지 교인, 태극기 집회 참석자)에 대한 정서 반응(호감도·신뢰도·감정온도)과의 상관관계를 통계적 회귀분석 기법을 적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혐오 민감성이 높아지면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는 낮아지고 거리감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대다수의 혐오 민감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식되는 특정집단에 대한 정서 반응에 영향을 주고 이는 결국 혐오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신뢰도 99.99%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가 혐오 민감성과 특정집단에 대한 태도 사이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스트레스가 혐오 민감성과 특정집단에 대한 태도를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 민감성이 작동되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이는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를 낮추고 거리감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유지현 서울대 인류학과 연구원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행동면역체계로서의 혐오감 센서가 예민해지고 예민한 사람들일수록 실제로 특정대상에 대한 혐오감을 크게 느끼고 호감도와 신뢰도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가 혐오 감정과 매개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혐오 감정은 인간의 기본 감정이기 때문에 억제하기는 어렵다”며 “혐오 센서가 켜지는 것은 감염병 위협에 대한 진화심리적인 반응이지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며 오히려 혐오 감정이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팬데믹만큼 무서운 인포데믹은 어떻게 편견·혐오를 조장했나

IBS 코로나19 인포데믹 리포트

 

세계적으로 전파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만큼이나 빠르고 널리 전파된 것은 바로 가짜뉴스다. 일례로 ‘10초간 숨 참기로 자가 진단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전파되며 영국 런던의 어느 건물에서 사람들이 숨 참기 테스트를 펼친 우스운 사건도 있었다. 이란에서는 ‘강한 알코올은 몸 속의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가짜뉴스로 인해 술 대신 메탄올 알코올을 섭취하고 수백 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는 코로나 입원 환자의 장기가 사라졌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의료진에 대한 불신까지 키웠다. 가짜뉴스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물론 의료진, 아시아인, 종교집단, 소수자, 제약회사, 특정 국가나 집단을 향한 사회 편견을 가시화하는 비방의 목소리로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동아사이언스 취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에 의뢰해 전세계와 대한민국에 가짜뉴스가 어떻게 확산하고 피해가 무엇인지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 책임연구자(KAIST 전산학부 교수)와 7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 보고서를 요약해 소개한다.

 

 

연구진은 먼저 세계 40개국 5만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어떤 가짜뉴스가 가장 널리 퍼지고 믿어졌는지, 또 팩트체크를 통해 정정 보도되었는지를 살펴봤다. 가짜뉴스 중에서 특히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의혹은 백신 거부 운동과 함께 현재 보급을 눈앞에 둔 백신의 전파와 면역체계를 위협하는 위험요소임을 보여준다. 또 국내에서 정치성향에 따른 시각 차이를 살펴본 결과 사회적 위기 속에서 특정 사안이 정치 쟁점화됐을 때 큰 정치적 갈등이 순식간에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전파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인포데믹은 사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공포와 불안 심리를 활용해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이 가시화하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언어를 바꿔가며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에 유사한 가짜뉴스가 돌았다는 점이다.

 

 

 


 생명 위협하고 혐오 사건 유발하는 ‘인포데믹’


 

가짜뉴스가 만들어낸 인포데믹은 남을 속이려는 의도가 없는 단순 오정보, 부정확한 주장, 고의로 유포된 허위정보 등 다양하고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로 인해 어떤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 상태를 일컫는다. 인포데믹은 온라인 및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으로 정보화가 고도화되면서 전지구적 규모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잘못된 정보가 인간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10초간 숨 참기로 자가 진단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는 영국 런던 시민들에게 숨 참기 테스트를 하게 만들었고, 인도의 힌두교 단체는 ‘채식주의자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는 가짜뉴스를 굳건히 믿었다. 하지만 극단적인 경우, ‘강한 알코올은 몸속의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가짜뉴스로 인해 술 대신 메탄올 알코올을 섭취한 수백 명의 이란 시민이 사망하게 된 사건도 있다.

 

인포데믹은 증오 감정을 조장하기도 했다. 의료 종사자들이 질병의 매개체나 전염병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루머로 의료진에 대한 불신과 항의가 발생했다. 일례로 인도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사망 환자의 장기 밀매에 가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소식은 여러 주변국까지 빠르게 전파됐고 감염병과 싸우는 현장 의료진에 대한 신체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예를 들어 환자의 보호자가 근무 중 물을 마시는 간호사의 사진을 찍어서 마스크를 벗었다는 이유로 병원에 항의해 간호사가 8시간이 넘는 근무시간 동안 물을 마시는 것을 병원에서 금지한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연구에 참여한 차지영 이화여대 간호학과 부교수는 “사회적 불신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근무 중 수분섭취와 같은 기본적인 생리적 요구사항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의료진의 피로도가 증가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환자와 국민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염병 공포에 편승한 가짜뉴스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특정 인종, 종교집단, 소수자를 향한 내재해 있던 사회 편견과 결합해 혐오로 증폭됐다. 감염병 유행 초기 미국의 아시아인들은 인종 차별과 공격의 표적이 되었고 수천 건의 관련 사건이 보고된 바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바이러스’라고 부르거나 인터넷상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쓴 것 역시 대표적인 낙인 찍기다. 문제는 인포데믹이 팩트체크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혐오의 대상을 찾아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움츠리고 있던 백신 음모론은 다시 등장하고 있다.

 

 


○ 실험으로 드러난 ‘발 없는’ 가짜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5G 네트워크망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가짜뉴스가 돌았다. 이로 인해 영국의 버밍엄, 리버풀, 멜링 지역에서 무선기지국 방화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도 이를 믿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동통신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루머’ 수준으로 여겨지는 가짜뉴스를 타 지역에서 믿는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심리학 이론인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정보의 폭포 현상(information cascade)’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과 신념이 일치하는 생각이나 글만 선택적으로 찾고 재확산시키며 반대되는 정보는 배척하거나 까다롭게 받아들이는 인지적 편향을 일컫는다. 정보의 폭포 현상은 주변에 특정 정보를 믿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그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인포데믹의 전파는 혼자만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교류를 통한 강화학습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사회적 거리 두기는 바이러스 확산을 줄일 수 있지만 허위 주장에 취약한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하면서 가짜뉴스를 더욱 활발히 전파하도록 만든다.

 

확산 초기인 올해 3월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은 KAIST, 이화여대 연구진과 인포데믹을 빠르게 분석하고 이미 한 국가에서 거짓으로 검증된 가짜뉴스가 다른 국가에서 언어를 바꾸어 재생산되는 경향을 발견했다. 바이러스가 비말 감염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면 가짜뉴스는 소셜네트워크(SNS)를 매개로 퍼진다. SNS는 정보의 사실성과 정확성에 대한 자체 검증 기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짜뉴스의 전파와 확산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반복되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루머를 앞선 팩트(Facts Before Rumors)’ 캠페인을 시작했다. 먼저 초기에 타격을 입은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된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200여건을 수집했다. 이중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선별해 세계보건기구(WHO)나 질병관리청의 정보를 토대로 팩트체크를 진행한 뒤 여러 국가의 언어로 번역해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했다.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등 총 21개국 언어로 번역된 인포그래픽은 루머를 앞선 팩트 홈페이지(www.ibs.re.kr/fbr)에 공개했다.

 

이와 함께 각 국가에 어떤 가짜뉴스가 얼마나 확산했는지 분석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을 총 151개국 5만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전파했고, 설문을 통해 코로나19 인포데믹이 세계적인 문제라는 중요한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일부 주장은 특정 지역에서만 전파됐지만 일부 가짜뉴스는 전 세계로 퍼졌다. 예를 들어 ‘소금물 가글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시아 지역 응답자의 상당수가 가능성 있다고 답했지만 유럽에는 이 가짜뉴스 자체가 잘 전파되지 않았다.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는 백신이 개발된 뒤 광범위한 접종에 난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의료 분야 선도적인 자선가인 빌 게이츠에 대한 가짜뉴스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코로나 백신 개발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부한 돈이 백신에 추적용 마이크로 칩을 이식하는 데 사용된다는 가짜뉴스가 돌았다. 연구진의 설문에 따르면 놀랍게도 아프리카에서는 4명 중 1명이, 미국에서는 5명 중 1명 꼴로 이 가짜뉴스를 믿을만한 정보라고 평가했다.

 

 


 위기가 잉태한 분노, 인포데믹과 혐오로 이어져


 

코로나19 위기에서 대중은 불안과 분노를 느끼기 쉽다. 감정 요소는 정책적 대응 방식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가짜뉴스 및 사회적 편견도 증폭시킬 수 있다. 지난 4월 연구진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사태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해외 출입국 제한이 필요하다거나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될 때까지 개학을 연기하자거나 집회 및 예배 등을 삼가자는 예방적 정책을 지지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분노 감정을 느낀 사람들은 중국인 혹은 일본인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공격적인 정책을 옹호했다.

 

이는 불안한 사람들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사에 조심하고 분노한 사람들은 책임추궁을 통해 빠르게 문제 해결을 하는 행동 성향 때문이라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했다. 이를테면 분노한 사람들은 코로나 확산의 원인이 중국인 혹은 일본인의 국내 유입이라고 판단하고 이들 집단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으로 감염병 확산을 대다수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들의 정책적 대응이 정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노는 정보를 편향적으로 받아들이고 편의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든다. 불안이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신중하게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분노는 특정 집단을 사회적 희생양(scapegoats)으로 삼아 이들에 대한 편견, 혐오, 차별을 부추기기 쉽다.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해 ‘분노’한 사람들은 중국 관련 가짜뉴스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에서 ‘중국에서 온 소포를 열면 코로나19에 감염된다.’ ‘중국 공안 당국이 한국인 교민 집 문에 딱지를 붙이는 등 한국인을 차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천시에 보낸 일회용 마스크 20만장은 불량 마스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와 같은 가짜뉴스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가짜뉴스 신뢰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중국 관련 가짜뉴스를 믿을 경우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과 편견도 상대적으로 컸고 가짜뉴스를 SNS에서 공유하겠다는 의향도 높았다. 이들은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은 초기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은 탓이라는 문제 인식에도 강하게 동의하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지 정당, 나이, 학력, 성별, 교육 수준, 가계소득과 같은 인구통계 변인을 통제한 뒤에도 유효하게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의 표본은 2020년 3월 주거자 주민등록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임의할당 됐으며, 대구·경북 지역을 30% 과표집으로 조사했다. 조사는 KBS 공영미디어연구소를 통해 이뤄졌다.

 

분노와 불안은 개인감정에서 출발하지만, 가짜뉴스와 같은 집합적 현상에서는 집단적 감정으로서의 실체를 가진다. 이 과정 전체를 통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이 집단적 분노가 어느 수준에 도달했을 때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특정 집합적 분노가 사회 전체로 확대되면 전쟁과 비슷한 혼란을 야기한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분노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적당한 수준에 묶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연구에 참여한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조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노하지 않던’ 대중이 ‘분노하여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대중’의 생각을 교정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객관적 사실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분노한 사람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으며 이들에게 필요한 건 바른 정보를 아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인포데믹인데 정작 치료 방안 진행 상황 정보 부족해


 

인포데믹은 바이러스에 대한 부정적인 수치와 결과에 대한 정보를 재생산해 팬데믹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특히 부정적인 정보가 만연했던 이유 중 하나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보의 부재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방역 대책과 국민의 협조로 K-방역의 우수성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이와 함께 국민은 날마다 발표되는 확진자수와 사망자수와 같이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는 통계수치와 수시로 지역감염자를 알려주는 휴대전화 긴급재난문자 알림으로 인한 피로를 겪어야 했다.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어떤 치료를 받는지, 질병의 경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문제 해결과 관련된 정보는 많이 부족하다. 바이러스는 기저질환이 있고 면역이 취약한 노인에게는 심각한 증상을 야기할 수 있지만 면역력이 좋은 일반인은 경미한 증상만 겪는 경우도 있다. 경증 증상을 보이는 경우 일반적인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증상관리 차원의 치료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바이러스 확진자 중 경미한 환자들에게는 자가관리키트(home care kit)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 측정기,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위한 전해질 음료, 바이러스의 전파를 예방하기 위한 손 소독제와 마스크, 증상기록지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자가관리키트를 받고 원격진료를 통해 증상기록지에 적은 증상과 산소포화도, 체온의 추이를 의료진과 확인한다. 경미한 증상의 환자들은 자가격리 후 자가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가관리키트에 포함된 내용물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뉴스를 편향적으로 접한 대중은 ‘모든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 구하기 어렵고 많이 비용이 드는 신약을 사용해야 치료가 된다’는 것으로 사태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

 

차지영 이화여대 간호학과 부교수는 “질병의 치료방법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질병의 과정에 대한 정보 없이 감염자와 사망자수에 집중되어 전파되는 정보는 바이러스 감염자를 사회가 보호해야 할 존재가 아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하며, 치료비에 대한 부풀려진 오해는 바이러스 감염 시 치료비를 면제해주는 국가의 정책과 엮여 바이러스 감염자에 대한 혐오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연구 참여자

차미영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 책임연구자(KAIST 전산학부 교수)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조교수

한지영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

차지영 이화여대 간호학과 부교수

박성규 IBS 선임연구원

권예슬 IBS 커뮤니케이션팀

캐런디프 싱 IBS 연구원

개브리엘 리머 KAIST 전산학부 학생

'그들'에게 들었다. 혐오와 더불어 살기

신천지 교인·중국 유학생들 인터뷰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는 위기를 맞았고 개인들은 당연히 누려야할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무엇보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감염병 공포, 불안과 함께 중국인을 비롯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시기는 물론 위기의 시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는 건강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동아사이언스는 코로나 시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 현상과 연관된 데이터와 심리분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혐오의 원인과 우리 사회가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연속기획을 통해 짚어봤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지 한달 여만인 2월 중순 대구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첫 보고된 중국과 중국인, 국내 확진자 급증에 영향을 미친 신천지 교인들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중국인과 신천지 교인에 대한 사회적인 혐오는 진행중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승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12월 4일 국내 신규 확진자가 지난 3월 대유행 이후 276일만에 600명대를 기록했다. 전국적인 산발적 집단감염으로 ‘대유행’이 현실화하며 확산 초기 지탄을 받았던 이들에 대한 마음도 쉽게 누그러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동아사이언스 취재팀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국내 사회적 혐오 현상을 다각도로 진단했다. 인터넷 댓글 분석, 코로나19 확산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특정집단에 대한 정서적 반응 분석을 포함한 혐오 민감성 및 우울·불안·스트레스와의 상관관계 분석, 혐오를 부추기는 가짜뉴스 등 빅데이터, 진화인류학, 심리학, 데이터사이언스, 보건학 등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불거진 정서적 불안감과 스트레스, 혐오 대상에 대한 인식, 위기 속에서 확산되는 가짜뉴스로 인한 글로벌 인포데믹까지 혐오 현상과 혐오를 부추기는 원인 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직접 혐오를 당하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전사회적 혐오와 더불어 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혐오를 뛰어넘어 감염병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의도였다. 대구 신천지 교인으로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완치된 4명과 한국에서 유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3명을 어렵게 섭외하고 직접 만났다.

 

인터뷰에 응한 유학생고 교인들이 전체를 대변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모두 사회적 혐오로 인한 실질적를 피해를 입고 있었다. 실제로 직장을 잃는 눈에 보이는 피해는 물론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기를 꺼리는 등 무형의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국내에서 이들에 대한 혐오를 ‘이해한다’면서도 만연한 혐오가 감염병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감염 의도 없었지만 국민에겐 미안한 마음...쏟아지는 비난 겸허히 감내"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육상진흥센터. 이곳에서는 대구 신천지 교인들의 혈장 공여 행사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신도 4명을 만났다. 이들은 대구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산이 되는 당시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됐다.

 

안 모씨(63세)는 지난 2월 중순 허리 수술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병상에 누워 TV를 보다 뉴스에서 신천지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안씨는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로 곧 강제 퇴원당했다. 강제 퇴원 당시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안씨는 “실밥을 뽑지 않은 상황에 간호사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해서 나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인 손 모씨(60세)는 코로나19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천지교인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신 모씨(29세)는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당시 코로나19에 확진됐고 완치된 후에 다니던 직장에 복직하려고 했지만 해고를 당했다. 현재 이들은 무직 상태다.

 

신천지 교인 4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아사이언스 비디오 채널 제공

신천지교회는 인터넷 등에서 국내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킨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증가 추세가 하루에 한두명 수준이다가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대량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천지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5213명으로 현재까지도 집단감염 사례 중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들은 신천지교회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확산의 원인이 됐다는 사실에 대해 대부분 미안함을 표했다. 신씨는 “미리 방역에 신경을 쓰고 노력했더라면 국민에게 불안감을 안겨드리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라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많은 교인들이 감염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손씨도 “신천지 때문에 확진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 죄송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코로나를 겪어보니 미안했다”며 “가족에도 미안했고, 저희 가정이 격리를 하다보니 주변에 피해가 생겨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신천지교회 측은 “당시만 해도 종교 모임 제한이 없었다"며 "교회도 신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을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또 신천지교회와 교인에 대한 사회의 혐오도 이해한다고 했다.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을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고 그로 인한 불안감과 공포감이 신천지교회 신도들에 대한 혐오가 자연스레 생겨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전씨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며 “그렇다 보니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이 커졌고 그래서 좀 더 혐오의 감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손씨는 “직장을 잃게 된 것도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모든 직원들이 신천지를 다니는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거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네 명은 대규모 유행 이후 실직과 같은 어려움과 함께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직장에서 같이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들이 이번 일로 혐오가 섞인 말을 했고 대놓고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다”며 “감염이 됐으니 당연히 들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천지 교인 4인과의 인터뷰 영상

 

동아사이언스 비디오 채널 제공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신천지교회 교인들이 단체 혈장공여를 실시했다. 혈장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것으로 GC녹십자와 종근당 등 국내 기업에 제공되고 있다. 이미 1차와 2차 단체 혈장공여가 끝났고 현재 3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 참가한 4명 중 전 씨와 손 씨는 이미 혈장공여를 마쳤고 나머지 2명은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네 사람은 헌신적으로 자신들을 치료를 해준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혈장공여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고 고통이 굉장히 심했다”며 “이런 고통을 다른 사람들은 안 겪었으면 하는 마음에 혈장공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나라에서 방역을 위해서 해주는 것들에 너무 감사한다”며 “4차 단체 혈장공여를 한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 씨는 코로나19로 남편을 잃었다. 안씨는 “남편을 보니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하루 속히 코로나19 종식되는 게 저희가 원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씨도 “개개인의 힘이 빨리 모일수록 코로나19 종식이 빨리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함께 한 신천지교회 관계자는 “9개월간 교단 차원에서는 시설 폐쇄나 집합금지 명령이, 교인 개인적으로 권고사직이나 시설이용거부, 인격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교회내 많은 감염자가 나오면서 충격받았을 국민의 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며 “다만 감염병 시대에 확진자들을 손가락질하기보다 ‘누구나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회가 서로를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혐오하는 사람 당하는 사람 모두가 피해자...환자 치유가 우선"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지난해말 처음 시작했다는 분석 결과들이 나오면서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국내에서도 첫 환자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밝혀진데다가 중국 유입설이 확산하면서 국내에서 머물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과 근로자들을 향한 혐오가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

 

취재팀은 지난달 26일 서울 소재 대학교 대학원에 유학중인 20대 중국인 유학생 3명 만났다. 이들은 국내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한때 제기된 중국이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주장에 대해 “중국과 중국 국민에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을 일부러 했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 모씨(27세)는 “중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일부러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글을 보면 상식 밖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주의 국가든 사회주의 국가든 국민을 위험에 일부러 빠뜨리는 정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모씨(34세)는 “인터넷 SNS를 보면 ‘중국은 존재하면 안 되는 나라’라거나 ‘힘을 합쳐 중국을 고립시키자’는 글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중국인들도 코로나19의 피해자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3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아사이언스 비디오 채널 제공

중국에선 코로나19가 4월 이후 사실상 크게 줄었지만 한국에 머무는 이들은 여전히 코로나19는 진행형의 위기이다. 정씨는 “유학생이라 사실 학교 내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학교 밖이나 공공장소에서는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 통화를 한국어로 하거나 말을 아낀 적이 있지만 모든 한국인이 중국인을 혐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황씨는 “세계적으로 보면 중국인만 차별이나 혐오를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서구권에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인의 생김새로 인종차별을 하는 등 동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데다가 코로나19로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 모씨도 “네덜란드에서 유학중인 친구로부터 현지 국민들이 중국인을 욕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고 어떤 한국인 친구는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세 명의 유학생들 역시도 신천지 교인들처럼 한국 내 중국인에 대한 혐오에 대해 한편으로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정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 생각해볼 게 있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 3인과의 인터뷰 영상

 

동아사이언스 비디오 채널 제공

황씨는 “최근 해외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확진자를 보면 중국 외에도 여러나라에서 들어오는데 중국인만 입국을 금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해서 모든 중국인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로 보는 시선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1년 가까이 지나면서 중국인 혐오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들도 어느 정도 이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정씨는 "일부 종교단체나 방역을 준수하지 않은 단체와 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중국을 향하던 화살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인을 포함해 혐오를 당하는 사람은 물론 하는 사람도 모두 피해자이며 감염병 위기에서 확진자를 줄이고 치료를 하는 게 최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는 “지금은 국가 간의 혐오를 버리고 신규 확진자를 줄이고 확진자를 치료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모두가 하루 빨리 팬데믹을 끝내는 걸 목표로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씨도 “코로나19는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심각한 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다”며 “방역과 치료에 힘쓰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환경 보호, 지구 보호 등에도 신경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말했다.

“정확한 정보가 관건...‘확진자’‘격리’ 용어도 혐오 유발할 수 있어”

 

“혐오 감정은 이성적으로 통제하기 쉽지 않다. 노력해도 잘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언론이 감염병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끊임없이 주력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낙인’이 만연해 있다. ‘확진자’, ‘격리’ 등 현재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용어에서도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접근해야 하지 말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뉘앙스가 있다. 이같은 용어를 고쳐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중요하다.”

 

동아사이언스 취재팀은 한국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 혐오’를 입체적으로 진단했다. 기획을 마무리하며 감염병 극복과 동시에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을 비롯해 정부, 언론 및 미디어 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혐오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혐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과 정보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혐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감염병 시대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용어를 손보는 작업에서부터 전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미영 KAIST 교수,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혐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정확한 정보 전달과 습득이 중요”


 

이번 기획에 연구자로서 도움을 준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서울대 인류학과 강사)는 “원래 혐오와 관련된 타인이나 사물을 피하는 행위는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다만 인간의 행동은 행동으로만 그치지 않고 감염병과 관련없는 대상에 대한 포괄적인 혐오 반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과는 전혀 관련없는 선천적인 장애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행위나 호젓한 산 속에서 100m 떨어져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그 사람을 심리적으로 꺼려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한선 전문의는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한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마스크 착용과 관련된 갈등도 이같은 심리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간 정서의 진화적 기원에 대해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결국 정부나 언론이 감염병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의 파급 효과나 위험을 과장하거나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감염병 위험을 축소하는 경향이나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 책임연구자(KAIST 전산학부 교수)도 이른바 가짜뉴스를 토대로 한 ‘인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 습득을 위한 팩트체크 시스템의 고도화를 주문했다.

 

차 교수는 “신뢰도 있는 기관의 공신력 있는 언어와 대중의 언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대중 언어를 지속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며 “국가별 가짜뉴스 모니터링 협업, 사람들이 가장 그럴싸하게 믿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걸러내는 팩트체크 시스템, 가짜뉴스보다 자극적이지 않아 전파력이 약한 팩트체크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방안 마련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이나 규제를 통한 대안도 제시했다. 차 교수는 “독일의 경우 SNS 플랫폼이 증오 발언이나 기타 범죄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을 통과하는 보다 엄격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다양한 과학기술 또한 SNS 플랫폼 내 가짜뉴스 및 혐오를 타파하는 데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정보의 수용자들이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감염병 위기와 같은 과학 이슈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우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확진자’ ‘감염’ ‘격리’ 등 일상 용어도 혐오 유발할 수 있어...함께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일 400~5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병과 관련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우리가 지금 쓰는 일상적인 용어인 확진자, 격리, 감염 등과 같은 단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언가 꺼려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며 “감염병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서도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집단에 대한 혐오와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현재 가족이나 친지, 친구, 직장 동료 누구도 감염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감염된 이들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현부터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 채취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유 교수는 “이른바 확진자에 대해 보호해줘야 하고 이해해줘야 한다는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멀리 해야 하고 자칫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해서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일부 식당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완료한 곳입니다’라는 안내판 자체도 실제로 코로나19 감염된 이들이 다녀간 식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감염자의 동선에 포함됐다고 인식할 수도 있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같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실질적인 방역 위기를 극복하는 데 방해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왜 안가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차지영 이화여대 간호학과 부교수는 “질병의 치료방법이나 중증 또는 경증 환자의 대응,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질병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대신 매일 감염자와 사망자수에 집중해 전파되는 정보는 바이러스 감염자를 사회가 보호해야 할 존재가 아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결국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특정집단과 관계없이 감염자에 대한 혐오를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와 차별은 방역과는 상극이라고 강조했다. 특정집단이 감염병에 다수가 걸렸다고 해서 그 집단을 혐오하면 방역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예를 들어 외국인 불법 입국자나 성 소수자들이 사회적 혐오로 인해 방역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게 하면 결국 그 피해가 사회 전체에 돌아오기 마련”이라며 “어떤 특정집단이 차별을 받고 혐오를 당하면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감염병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어려워지고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장기적으로 줄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차별과 혐오가 위기 극복에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전 사회가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내 코로나19 전파 막으려면 어떤 창문 열어야할까

사람이 탄 차에 창문을 다르게 열었을 떄 공기의 흐름을 나타낸 그림. 공기가 정체돼 오래 정체돼 있을수록 붉어진다. 윗줄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림을 비교하면 두 사람이 서로 먼쪽 창문을 열었을 때 에어로졸 입자의 밀도가 낮고 전파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논문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걸린 사람과 한 차에 타면 감염될 확률이 높다. 차 안 공간이 좁아 사람 간 거리가 가까워 코로나19 환자의 입에서 나온 비말이 에어로졸에 섞여 전파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감염 확률을 낮추려면 날씨가 춥더라도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수밖에 없다.

 

바르기스 마타이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 애머스트 캠퍼스 물리학과 조교수 공동 연구팀은 공기나 물 같은 유체의 흐름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전산유체역학(CFD)을 이용해 자동차 내외부의 공기 흐름을 시뮬레이션했다. 차는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만든 ‘프리우스’를 모델로 했고 운전자 외에 승객 1명이 운전자 반대편 뒷좌석에 앉았다고 가정했다. 차의 속도는 시속 80km로 유지했다.

 

연구팀은 창문이 열려있는 6개 상황으로 나눠 차 내부의 공기의 흐름을 분석했다. 창문 4개를 여는 경우의 수는 총 16가지지만 연구팀은 모든 창문이 열렸을 때, 모든 창문이 닫혔을 때, 운전석 쪽 창문만 열렸을 때, 승객 쪽 창문만 열렸을 때, 운전석과 승객 쪽 창문만 열렸을 때, 운전석과 승객 쪽 반대 있는 창문이 열렸을 때만 분석했다. 

 

공기의 흐름이 가장 원활한 경우는 창문을 전부 열었을 때고 가장 정체돼 있는 경우는 모두 닫고 차의 공기순환 장치를 켜놓은 경우였다. 모든 창이 열렸을 때는 시간당 공기교환율(CH)이 250인 반면 모두 닫혀있을 때는 60회였다.

 

차는 유선형으로 디자인됐기 때문에 공기 흐름이 무작위하다. 이 때문에 내부 흐름에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운전석과 승객 쪽 창문이 열린 경우는 ACH가 89회로 모든 창문이 닫혀있을 때보다 크게 높지 않았다. 반면 운전석 쪽 창문만 열렸을 때, 승객 쪽 창문만 열렸을 때, 운전석과 승객 쪽 반대 있는 창문이 열렸을 때는 ACH가 약 150회로 꽤 높았다. 

 

이 결과는 창문을 2개만 열 때 습관적으로 가까운 창문을 연다면 반대편 창문을 열었을 때보다 바이러스가 더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경우 ACH가 더 높을 뿐 아니라 승객 창에서 공기가 앞 창문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승객의 입에서 나온 비말이 운전자에게 닿기 전에 공기를 타고 창문으로 빠져나갈 확률이 높다.

 

연구를 이끈 마타이 조교수는 "자동차 안에서 창문을 여는 것이 마스크 쓰는 것보다 효과적이지 않지만 자동차 내부에서 병원균이 밀집하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 12월 4일자에 실렸다.

코로나19 사태 10개월...과학이 밝힌 모든 것

중국과학원,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에 리뷰 논문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환자의 검체에서 채취한 환자의 세포(파란색)를 관찰한 전자현미경 영상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빨간색)가 세포 표면을 가득 덮고 있다. NIAID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처음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지 10개월이 넘었다. 전례없이 빠른 확산에 전세계 과학자와 의학자들이 이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고 감염병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가오픈액세스플랫폼을 이용해 코로나19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를 중심으로 논문을 검색해 보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8만 편 이상의 연구 논문이 학술지나 논문사전공개사이트에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런 연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지식을 크게 넓히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은 지난 7일 이 같은 최근 성과를 모아 코로나19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해 과학이 밝힌 내용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공개했다. 리뷰논문은 그 분야의 석학이 넓은 시야로 기존에 수행된 다른 연구성과를 집대성해 정리한 논문이다. 이번 논문은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와 중국과학원대 연구팀이 공동 집필했다. 리뷰 논문 내용과 기타 최근 성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해 인류가 알고 있는 최전선을 정리했다.

●발생부터 숨가빴던 코로나19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말 처음 우한의 의료기관에서 보고됐다. 초기에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 형태로 알려졌고, 우한수산시장에서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우한 보건당국은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이 미지의 감염병 발발 사태를 보고했다. 하지만 역학조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늦어도 12월 8일에는 최초의 환자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환자 검체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의 게놈을 해독한 연구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전에 보고되지 않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감염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게놈 정보는 1월 10일 공개됐고 같은 달 12일 다른 연구팀이 해독한 보다 완전한 게놈 정보가 국제 바이러스 게놈 정보 공유 기관인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에 공개됐다.

 

이후 수산시장에 가지 않은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가족간 집단감염이 여럿 확인되며 사람간 감염이 가능한 감염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의 설날인 춘절을 지나며 감염병은 중국 34개 성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우한시는 1월 23일 봉쇄됐다. WHO는 1월 30일 국제 공중보건의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감염병과 원인 바이러스에는 정식 이름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지역명을 쓴 ‘우한폐렴’이라는 명칭이 끈질기게 사용되고 있었다. 이 감염병과 바이러스가 ‘코로나19(COVID-19)’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2월 11일이었다.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한 작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발병의 진원지로 지목돼 폐쇄된 수산시장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인공제조’ 루머 낳은 바이러스의 가계도

해독된 바이러스 게놈은 기존에 알려져 있던 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하면서 달랐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과 가장 비슷했지만 공유하는 게놈 염기서열은 79%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과는 50% 비슷했다.

게놈의 구조는 비슷했다. 두 종류의 긴 단백질 사슬을 만들어내는 ‘오픈리딩프레임(ORF)1a/b’ 유전자가 맨 앞에 자리하고, 이어 표면 돌기 단백질로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를 개시하는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 중 하나인 E 단백질, 막 단백질(M), 바이러스 게놈을 둘러싸는 구조물인 N단백질 유전자가 차례로 존재했다(아래 그림). 이들은 바이러스의 형체를 좌우하는 구조 단백질을 생산했다. 여기에 중간중간 바이러스의 활동을 돕는 일명 ‘액세서리 단백질’ 유전자가 끼어 들어가 있는 게 현재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이다.

단백질의 재료인 아미노산 서열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비슷했다. 구조단백질은 90% 이상, 액세서리 단백질은 85% 이상 비슷했다. 하나 큰 차이가 있는 부위가 스파이크 단백질이었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핵심 부위인 수용체결합부위(RBD)의 경우, 두 바이러스의 아미노산 서열은 73%만 비슷했다. 연구자들은 기존에 사스를 일으키던 사스코로나바이러스에서 특히 스파이크단백질에 큰 변이가 발생하며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탄생했다고 추정했다. 특히 변이가 일어난 부위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감염시 끊어지는 부위로, 이 부위에 아미노산 4개가 삽입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체RNA(위)와, 이를 토대로 만든 전사체 RNA(하위게놈) 구성을 나타냈다(오른쪽 아래). 9일 '셀'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모두 9종의 하위게놈이 확인됐다. 맨 아래 10(?)라고 표시된 부분은 기존에 존재한다고 추정됐지만 이번에 확인되지 않은 전사체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밖에 각 유전자의 위치가 정확히 결정됐고, 후성전사체의 존재가 확인됐다. 왼쪽 아래는 바이러스의 구조다. gRNA는 게놈, S는 스파이크 단백질, E는 외피 단백질, M은 막 단백질, N은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이다. 셀 제공

연구자들은 밝혀진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이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았다. 여러 검체 속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일부가 관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가장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운난성에서 발견한 RaTG13은 염기서열이 96.2%까지 동일했다(아래 그림). 역시 운난성에서 발견된 RmYN02 역시 93.3% 같았다. 천산갑에서 발견된 또다른 바이러스는 이들보다 약간 유사성은 낮았지만, 대신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 유사성이 높았다. 이런 유사성을 토대로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박쥐나 천산갑의 바이러스로부터 진화해 인간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는 이들 바이러스 게놈 중 유독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차이가 큰 점 등을 들어 이 바이러스 중 일부를 ‘원본’ 삼아 중국이 인위적으로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 서열 등을 삽입해 인공제조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운난성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인 RmYN02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 삽입서열과 매우 비슷한 서열이 발견되는 등 자연에서 발생한 변이일 가능성이 훨씬 높은 상태다. 가장 가까운 바이러스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자연적으로 진화해 나오기까지는 최소 20년 이상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을 비교해 작성한 계통도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빨간색 중 사람 그림이 있는 바이러스)는 박쥐(Bat) 및 천산갑(Pangolin)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해 이들이 어떤 경로로 인체에 감염된 게 시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체 감염 코로나바이러스 중 가장 비슷한 것은 사스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파란색 중 사람 그림이 있는 바이러스)다. 일각에서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에 사스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삽입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만들었다는 인공제조설을 주장하지만 신뢰성이 낮은 상태다.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논문 캡쳐

●높은 인체 세포 감염 능력과 변이 논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인체세포 침투시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인체세포 표면의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를 인식해 침투를 시작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RBD와 구조가 다르고 결합력도 훨씬 세다. 더구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인체 세포 외에 돼지와 페럿(족제비), 붉은털원숭이, 고양이, 천산갑, 토끼, 개 등 다양한 동물의 ACE2도 잘 인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침입시 ACE2와 결합한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세포의 가수분해효소(TMPRSS2)의 도움을 받아 둘로 쪼개진다(아래 그림). 이렇게 쪼개진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 일부가 세포 침투에 핵심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억제하려는 중화항체 중에서는 이 부위에 결합해 기능을 막는 항체가 많다. 

세포 속으로 침투하기 위한 첫 단계로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에 위치한 스파이크단백질을 이용해 숙주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SARS-CoV-2와 사스바이러스는 ACE2를, 메르스바이러스는 DPP4를 수용체로 활용한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와 결합하면 단백질가위(SAR-CoV-2의 경우 TMPRSS2)가 스파이크단백질의 일부분을 자르고, 비로소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한다.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ACE2와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이 바이러스의 인체세포 침투와 증식을 시작하게 하는 핵심 과정이다 보니, 과학자들은 이 과정의 성공을 좌우할 결합능력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이 부위에서 변이가 나타나 결합 능력에 변화를 일으키면 지금보다 더 강한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직 스파이크 단백질을 포함해 크게 위협적인 변이는 없다.

 

다만 단 하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트산(D)에서 글리신(G)으로 바뀐 변이가 2월경 출현해 널리 퍼지면서 이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G유형)가 전파력이 더 강할 가능성이 일부 연구를 통해 제기된 상태다(아래 그림). 주로 바이러스유사입자나 인체 세포 등을 이용해 이들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가 더 빠르게 증식한다는 사실을 보이는 연구가 많다.

 

하지만 바이러스 검출량이 증가한 것과 실제 개체간 전파력 증가는 별개이며 실제 사람간 전파력 증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어 결론은 좀더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G유형 변이는 이미 전세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주류가 돼 있는 상태이며, 이 변이가 증상을 심화시키는 기능이 없고 무엇보다 현재 연구 중인 백신이나 치료제 등의 효과에는 영향이 없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라 큰 의미가 없는 논란일 가능성이 높다.

스파이크 단백질 614번 아미노산 변이의 두 유형을 비교한 넥스트스트레인의 분석 자료다. D614 유형(녹색)은 초기에 확산하던 유형이다. 이후 유럽을 기점으로 G614 유형(노란색)이 널리 확산했다. 미국에서도 이 유형이 동부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해 지금은 다수가 됐다. 한국은 초기에 D 유형만 보고됐지만, 이태원 사태 등에서 G 유형이 보고되기 시작해 지금은 둘 다 존재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륙에서 G614 유형이 더 많지만, 단지 바이러스 유행이 많다고 해서 감염력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위). 가운데는 약 3만 개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 지도다. 지도 위 삐죽 솟은 부분이 변이 다양성을 표시한 그래프다. 다양한 영역에 변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진한 녹색으로 표시한 S라는 표시 영역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RNA 영역이며, 여기에 솟은 피크가 614번 아미노산 변이다(가운데). 아래는 D와 G614 변이를 계통별로 비교한 계통도다(아래). 넥스트스트레인 화면 캡쳐

●다양한 증상, 중증 이상 환자는 적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율

기도 상피세포 등을 통해 인체에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관지와 폐 상피세포에서 증식하면서 강한 면역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이에 따라 면역 유발 단백질(사이토카인)이 다량 생성돼 결국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고 환자를 중증 또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같이 중증 이상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고 다수는 경증이나 무증상이다. 중국에서 7만20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증이 81%였고 산소공급이 필요한 중증은 14%, 쇼크 등이 온 위중 환자는 5%로 나타났다. 50대 이하는 경증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이가 더 많은 환자는 중증 이상일 확률이 높아졌다. 

증상은 발열과 피로감, 마른기침 등이 흔하다. 두통과 설사, 목아픔, 흉통, 구토 등도 비교적 자주 나타나고 맛이나 냄새에 무감각해지는 증상도 보고돼 있다. 증상은 감염 하루 뒤부터 14일 뒤까지 주로 나타나며 가장 많은 사례는 약 5일 뒤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기반해 전세계 모든 국가는 현재 감염 의심 환자에게 14일의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체내 바이러스량은 증상이 나타나고 일주일 이내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따라서 이 때가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는 침방울을 통해 전파될 수 있지만 더 작은 에어로졸로도 전파가 가능해 말하는 과정에서도 전파가 가능하며 공기전파도 족제비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돼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다양한 경로를 표시하고 그 과정을 차단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을 사각형에 표시한 그림이다. 주로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약물, 게놈 복제나 단백질 생산을 억제하는 약물, 면역 물질 생산과 전파를 막는 약물 등으로 나뉜다.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논문 캡쳐

●바이러스의 허점을 노리는 치료제와 백신 후보물질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주요 침투 및 증식 방법을 억제하는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다(위 그림). 바이러스 게놈이 복제되는 과정을 막기 위해 복제와 관련되는 효소를 억제하는 게 대표적이다. 기존에 다른 약으로 개발되던 후보약물의 목적을 조정해 새롭게 코로나19 용으로 재탄생한 렘데시비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약은 바이러스 게놈을 읽고 복제하거나 단백질을 만드는 RNA중합효소에 끼어들어가 작동을 멈추게 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일본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아비간(파비피라비르) 역시 이 방법을 사용한다.

또다른 표적 효소는 바이러스 증식 초기에 바이러스가 게놈을 이용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만들 때 관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Mpro 또는 3PL)다. 이들을 막는 치료제 후보물질 역시 널리 연구되고 있다.

그 외에 바이러스 침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TMPRSS2를 방해하는 캐모스태트 메실산염, 침투시 세포막이 융합되는 과정을 막는 약물, 항체를 이용해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주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둘러싸 독성을 떨어뜨리는 항체치료제가 연구되고 있다. 또다른 재창출 약물인 덱사메타손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어게해 중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백신 역시 널리 연구되고 있다. 10월 초 기준으로 170종 이상의 후보물질이 연구되고 있으며 50종 이상이 임상시험 중이다. 임상 3상에 들어간 후보물질도 최소 10종이다(아래 표).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을 떨어뜨려 주입하는 불활성화 바이러스 방식, 항원 단백질을 제조해 주입하는 재조합 단백질 방식, 항원을 만드는 핵산을 넣는 핵산 방식, 항원을 만드는 염기서열을 일종의 택배상자에 넣어 체내에 주입하는 전달체(벡터) 방식 등이 주로 연구되고 있다. 

4일까지 파악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임상 3상 정보를 정리했다. 3상에 들어간 후보물질 수는 10종이 됐다. 윤신영 기자

"코로나19, 腸 세포도 감염시킨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腸) 세포도 감염시키고 장 세포에서도 증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후브레흐트 연구소(Hubrecht Institute), 에라스뮈스대학 메디컬센터, 마스트리흐트대학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이용하는 숙주 세포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 수용체가 폐 세포만이 아니라 장 세포에도 많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로 이 ACE2 수용체를 통해 장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4일 보도했다.

 

인간의 장 오가노이드(organoid)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오가노이드란 실제 장기와 같은 구조, 세포 구성, 기능을 지닌 3차원적 세포의 작은 덩어리를 말한다.

 

연구팀은 장 내막세포를 지니고 있는 이 오가노이드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그러자 장 오가노이드가 신속하게 감염되면서 바이러스는 장 내막세포로 들어갔고 시간이 가면서 감염된 내막세포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세포의 여러 구성 요소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연구팀은 장 내막 세포의 안과 바깥에서 바이러스 분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마스트리흐트대학의 페터 페터스 나노생물학 교수는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 안에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를 분석하는 RNA 시퀀싱(RNA sequencing)을 통해 장 내막 세포 유전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침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광범위한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진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ISG, Interferon-stimulated genes)의 발현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장 오가노이드를 조건을 달리 배양해 ACE2 수용체가 많거나 적게 만들어지게 한 다음 다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켜 봤다.

 

놀랍게도 바이러스는 ACE2 수용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장 내막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위장관(gastrointestinal tract) 세포 안에서도 증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에라스뮈스대학의 바르트 하그만스 바이러스학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장을 감염시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전파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이 부분은 앞으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침, 고열, 근육통 등 코로나19 감염의 전형적인 증상 외에 설사, 구토 등 소화장애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코와 목구멍을 통한 검체 채취와 함께 직장 면봉검사와 분변 샘플 채취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마스트리흐트대학 연구팀 제공]

코로나19 사태 반년 '풀리지 않는 5가지 미스터리'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모습이다. 국립알레르기및감염병연구소 제공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번지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한 지 6개월이 지났다. 6일 기준 전 세계 환자가 1155만명을 넘긴 가운데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4일 보도를 통해 아직 과학자들이 풀지못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미스테리를 정리했다. 

 

코로나19는 이번 세기 들어 가장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를 불러왔다. 과학자들과 의료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해하기 위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연구에 나섰다. 그 결과 과학계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숙주에 침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지, 면역시스템은 어떻게 바이러스와 싸우는지 확인하고 치료법과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네이처는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 아직 과학자들이 명쾌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주요 질문들을 정리했다. 

 

왜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가

 

우선 코로나19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람마다 겪는 증상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무증상 감염을 나타내는 반면, 또다른 사람들은 치명적인 폐렴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소재 바이오의약품 회사인 ‘디코드 제네틱스’의 대표이사(CEO)인 카리 스테판손 유전학자는 “임상 결과는 드라마틱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디코드 제네틱스 연구팀은 사람마다 코로나19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데 기여하는 유전체 차이를 분석중이다. 

 

디코드 제네틱스 연구팀은 아이슬란드에 유의미한 환자 사례가 적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달 국제 공동연구팀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감염된 환자 4000명 규모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유전적 연관성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은 감염되지 않는 환자들보다 2종류의 특정 유전자 변이 중 하나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종류의 특정 유전자 변이 중 하나는 ABO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체 영역에 있었다. 또다른 변이는 여러 종류의 유전자 주변에 존재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단백질, 병원체에 대응하는 면역반응과 연결된 분자를 암호화하는 2종류의 유전자 변이였다. 

 

장-로랑 카사노바 록펠러대 뉴욕 캠퍼스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증상과 더욱 실질적으로 연결된 인간 유전자 변이를 찾고 있다. 원래 마라톤을 뛸 정도로 건강했던 50세 이하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코로나19 증상이 달라지게 만드는 유전적 변이를 찾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란 무엇이며 얼마나 지속되는가

 

면역학자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어떤 면역이 생길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숱한 노력으로 코로나19 감염자에게서 중화항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중화항체는 몇주 동안 지속되다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중화항체는 중증 기간이 오래될수록 더 오래 존재하는 사실도 규명됐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의 조지 카시오티스 연구원은 “체내에 바이러스가 많이 존재할수록 항체도 많이 생기며 오랜 기간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카시오티스 연구원은 “사스에 걸렸던 대다수 사람들은 몇 년이 지나면 중화항체도 사라지지만 매우 심각하게 앓았던 환자들의 경우 12년이 지나도 중화항체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데 어느 정도의 중화 항체가 생성돼야 하는지 아직 모른다. 신체 내 면역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과 비교해 얼마나 오랜 기간 중화 항체가 지속되는지 분석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려될 정도로 돌연변이가 발생할까

 

대다수 바이러스는 사람을 감염시키면서 변이 과정을 거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을 추적하며 바이러스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런 돌연변이 중에는 항체나 면역세포인 T세포 등이 병원체를 인식하는 능력을 변화시켜 현재 개발중인 백신의 효과를 상쇄하는 돌연변이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된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큰 영향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할 때 인체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발생하는 변이가 현재 연구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유럽에서 처음 발견됐고 현재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영향력있는 변이인지는 불분명하다. 

 

백신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팬데믹 종식의 유일한 길은 백신 개발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약 200개의 백신이 개발중이며 20여건은 이미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백신의 진짜 효능을 판가름할 수 있는 대규모 임상시험은 몇 개월 후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과 대조군의 코로나19 감염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개발중인 일부 백신의 효과는 불투명하다. 일례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백신의 경우 원숭이 실험에서 폐가 감염되는 현상을 예방할 수는 있었지만 실험에 활용된 원숭이들의 코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양은 백신 접종 원숭이와 접종하지 않은 원숭이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중인 백신이 중증 감염을 예방할 수는 있지만 광범위한 확산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또 아직은 데이터가 불충분하지만 코로나19 백신으로 중화항체가 형성돼 감염을 차단할 수 있지만 중화항체의 수준이 신규 감염을 차단할 정도로 충분한지, 또 중화항체가 얼마나 오랜 기간 체내에 머물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같은 이유로 백신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더라도 완벽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설왕설래 바이러스의 기원은

 

대부분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기인했다는 데 동의한다. 지금까지 수집된 ‘SARS-CoV-2’ 바이러스 샘플을 이용한 광범위한 분석을 통해 중국 윈난성의 ‘관박쥐’가 코로나19의 기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중간숙주로 ‘천산갑’이 지목되기도 했따. 천산갑에서 분리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가 코로나19 유전체와 92% 일치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천산갑이 중간숙주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천산갑에서 인간으로 감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느 아직 완벽하게 입증하지 못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SARS-CoV-2 유전체와 99% 이상 일치하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중간숙주 동물을 찾아내야 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시대의 불평등

사회 '약한 고리' 파고드는 감염병 문제

미국의 한 쇼핑몰 매장에서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반년 가까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전례 없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면서 그 동안 감춰왔던 인류 사회의 ‘민낯’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재난이 닥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경제적, 인종적 약자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도 역시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건강과 수명 등에서 소수자들이 이미 불리한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고 있을 뿐 이 같은 불평등은 이전에도 존재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감염병 확산을 막을 방역조치나 의학치료 등에서도 가장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보(JAMA)는 13일 사설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 기저에 깔린 깊은 인종 및 사회경제적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JAMA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대량 실업, 그리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저항운동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며 “팬데믹의 불안과 긴장에 오래 지속된 경제적 차별과 인종간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되살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인종차별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에 여러 사회경제적 현상으로 먼저 확인돼 있다. 백인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감옥에 갈 확률이 6배 더 높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해 백인 인구(64%)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감옥에 투옥된 사람은 33%로 백인의 30%보다 오히려 높기 때문이다. 라틴계나 미국인디언, 성소수자 역시 비슷하다. 

건강과 수명에서도 차별은 통계로 증명돼 있다. 미국 내 여성 수명은 소득 상위 20%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6년이 늘었지만 나머지 80%에서는 늘지 않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백인보다 기대수명이 3.5살 적다.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소수자들이 평소 의학 혜택을 제대로 입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역시 이런 불평등을 드러내고 있다. 에릭 루빈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교수는 12일(현지시간) NEJM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루이지애나의 경우, 코로나19 환자의 70%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라틴계”라며 “하지만 중증환자시설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환자는 더 많고 중증환자의 비중 또한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료 혜택은 적게 받고 있다는 뜻이다.

 

미셸 에반스 미국국립노화연구소 교수팀은 10일 미국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기고문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의사가 진찰과 치료를 할 경우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백인의 심혈관질환 치명률 차이는 19%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의학 교육의 구조적 한계로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의사를 만날 가능성이 백인이나 아시악 미국인 환자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비샬 아로라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연구원도 5월 미국 과학매체 '언다크' 기고문을 통해 “가난한 사람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은 코로나19 감염 뒤 입원을 해도 인공호흡기를 우선적으로 배정 받지 못하는 차별까지 겪는 이중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 근무에서 빠지지 못해 바이러스에 더 잘 노출되는 사람도 사회적 약자들이다. 에반스 교수는 "농업 등 근무에 종사하는 종사자 다수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라틴계"라며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으며 기저질환 등도 더 많이 갖고 있어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전에도 여러 연구와 보고로 확인됐다. 엘리시오 페레즈스테이블 미국 국립소수자보건및보건격차연구소장팀은 지난달 11일 의학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을 통해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 및 사망자가 발생한 수를 비교해 보면 백인 및 유색인 거주자 사이에 최대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4월 21일에도 영국 레스터대 병원 연구팀의 기고문을 통해 “영국국립집중치료감시연구센터(ICARC)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영국의 중증환자 2249명 가운데 35.2%가 소수 인종 출신으로, 이는 실제 영국 내 소수인종 인구 비율인 13%를 크게 웃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20세기 초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실업을 불러왔다. 실업 동향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JAMA는 "올해 4월까지 미국 내에서 3600만 명이 실직했는데, 40%가 연 소득 4만 달러(4400만 원) 미만에 집중됐다"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실업률은 16.7%, 라틴계의 실업률은 18.9%로 모두 백인의 실업률 14.2%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믿을 수 없는 과학의 이정표” 코로나19 백신 결과 업데이트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연령과 인종에서 95%의 일관된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이 94.5%라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

미국 제약기업 화이자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가 3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최종 연구 분석 결과, 모든 연령과 인종에서 95%의 일관된 면역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들은 65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백신이 94% 정도의 효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고령층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의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일각의 염려를 일축해버린 셈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관련 신규 업데이트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고 지난 18일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전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백신의 효능이 90%를 넘었다’는 지난 9일 모호한 내용의 발표와는 달리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다. 우선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연구 분석을 위해 4만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환자 170명을 분석한 결과 소금물로 만든 가짜약(플라시보)을 투약 받은 이들이 162명이었다. 백신 처방받고도 코로나19에 걸린 경우는 단 8명에 불과했다.

또 하위집단 분석이 항상 많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백신을 투여한지 7일이 경과한 후 백신의 효능은 인종과 민족에 관계없이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하위집단 분석은 메타분석의 한 기법이며 서로 비교 대상인 두 집단이 각각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그 크기가 얼마이며, 두 집단 간 크기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가 연구의 주된 관심사다.)

중증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10건 중 9건은 가짜 약을 투약 받은 참가자였다. 반면 10건 중 1건은 백신을 처방받은 참가자였다. <사이언스> 칼럼니스트 존 코헨은 “이는 새로 개발한 백신이 모든 증상을 예방하지 못하더라도 코로나19 중증 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백신 접종자 3.7%가 피로를 느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전체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 16일 미국 제약사 모더나도 코로나19 백신 최종 임상시험 중간 결과 예방률이 94.5%라고 밝혔다.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은 지금까지 처음으로 상용화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코헨은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참신하다”라며 “다만 지금까지 mRNA으로 만든 약 가운데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인정받은 약은 단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수일 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최근 일련의 흐름이라면, 모더나도 약 1주일 뒤에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FDA는 백신 자문위원회를 소집해 긴급사용 승인 요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 9일 (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릴 수 있다”고 <사이언스>의 뉴스매체인 ‘사이언스인사이더’에 전했다.

 

옥스퍼드 대학의 글로벌 건강 네트워크 책임자인 트루디 랭(Trudie Lang)은 “이것은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놀랍고도 매우 안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식별하는 것에서부터 사용 승인을 신청하는 시점에서 여러 개의 백신을 보유하는 것까지, 이는 믿을 수 없는 과학의 이정표”라고 덧붙였다.

 

※참고자료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1/covid-19-vaccine-trial-complete-pfizer-and-biontech-update-their-promising-result

-https://investors.biontech.de/news-releases/news-release-details/pfizer-and-biontech-conclude-phase-3-study-covid-19-vaccine

 

※출처  : 한국과학기자협회 포스트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020067&memberNo=36405506&navigationType=push

코로나19 한참 확산 중인데 관심이 꺾이고 있다

정보량 최고점에 비해 70% 급감…2월 9일부터 이달 8일까지 26주간 빅데이터 분석결과

코로나19 마스크 거리두기 주간별 관심도 현황.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이 관심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키워드로 한 정보량이 지난 2월말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을 때 최고점을 기록하고, 이후로 쭉 하락세다. 이달 첫째 주와 비교해 70% 가까이 급감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13일 뉴스와 커뮤니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12개 채널을 대상으로 2월 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코로나19’와 ‘거리두기’, ‘마스크’ 3가지 키워드의 총 정보량을 주간별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관련 정보량은 지난 2월 23~29일 주간 153만3489건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2월 23~29일 당시 대구에서는 하루에만 확진자가 600명 이상씩 발생하며 누적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는 상황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4월 26일~5월 2일 주간 정보량은 70만1964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후에도 꾸준히 정보량이 감소해 8월 2~8일 주간 47만371건으로 확인된다. 최고점에 비해 70% 급감한 것이다.

거리두기 관련 정보량의 경우 지난 2월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제안하면서부터 늘기 시작했다. 2월 9일~15일 164건의 정보량을 시작으로 약 한달 만인 3월 8일~14일 4만1900건으로 늘었다. 약 2개월 후 4월 5~11일 21만 7135건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8월 2~8일 주간엔 정점의 4분의 1선인 5만748건을 보이는데 그쳤다.

마스크 정보량은 지난 2월 23~29일 주간 102만9043건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가파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약 두 달 만인 4월 26일~5월 2일 29만7294건으로 급감했다. 이후 5월 3~9일 33만4722건으로 소폭 상승했다가 완만하고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8월 2~8일 주간에 21만9978건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세 키워드 모두 최고점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관심도 급락은 필연적으로 주의력 부족을 초래하기 때문에 제2의 확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감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주의력을 환기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뇌에 침투한다

미국 워싱턴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혈뇌장벽’을 뚫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혈뇌장벽은 혈류로부터 뇌와 척수에 물질유입을 막는 미세혈관장벽이다. 코로나19 환자들이 인지장애나 지능지수(IQ) 하락 등 뇌 관련 증상들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실제 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뱅크스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실험쥐의 혈뇌 장벽을 통과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 17일자에 발표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표면에 돋아 있는 돌기 형태로 인체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활용하는 ‘무기’다. 이 바이러스는 인체세포 표면에 돋아난 단백질 중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를 인식해 세포 안에 침투한다. 이 때 ACE2를 인식하는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의 부위가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실험쥐의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뇌에 들어갈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렇게 뇌로 침투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이토 카인 폭풍은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현상을 뜻한다.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대규모 염증반응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한 증상인 ‘브레인 포그, 기타인지 장애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외에도 코로나19가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 마지드 포투히 미국 뉴로그루오뇌피트니스센터 의료실장팀은 지난 6월 코로나19가 뇌 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저널에 발표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이토카인 폭풍 반응이 크게 일어나 혈뇌장벽을 무너뜨리고 바이러스 입자와 혈액 속 염증유발 요소들이 뇌로 넘어가 경련과 착란, 혼수, 뇌병증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였다.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완치 후 뇌가 최대 10년까지 노화하거나 IQ가 최대 8.5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애덤 햄프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완치자 8만4천285명을 상대로 지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비감염자들보다 낮은 인지 능력을 보였다는 분석을 내놨다.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거나 인공호흡기를 사용한 환자들의 경우, 뇌의 나이가 최대 10년이나 늙거나 IQ가 8.5 떨어졌다. 통원치료를 한 코로나19 환자들은 뇌가 5년 정도 늙거나 IQ가 4 하락하는 정도의 인지 능력 감퇴를 보였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 연구팀이 지난 7월 코로나19가 바이러스를 없애는 항체가 신경세포의 단백질을 오인해 파괴하는 ‘급성파종성뇌척수염’과 뇌졸중, 망상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코로나19가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달 10월 27일 “코로나19 후유증과 뇌기능의 상관성을 다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나온 것과 관련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소위 혈전이 많이 생기는 것이 코로나19의 특성인데 그 경우 충분히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어디서 잘 살아남을까

생존 핵심은 습도 아닌 온도

빨간색이 사람에게서 분리한 코로나19의 모습이다. NIAID/NIH/SPL 제공

겨울에 들어서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더 쉽게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길게 생존하는 특성을 보인다. 습도, 산성도, 표면의 재질 등의 영향도 받지만 결정적으로 온도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 여부가 크게 영향을 받았다. 실제 겨울을 맞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체외에서 어떻게 생존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식이나 음식 포장을 통한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냉동식품을 통한 전파 사례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자외선이 코로나19 생존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많지만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불확실하다.

상온에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왼쪽), 34도에서 마른 유리 표면에(가운데), 34도에서 용액(오른쪽)에 30분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둔 이후 활성화 정도를 관측한 모습. 유타대 제공

 

○ 온도 낮을수록 오래 생존, 습도 영향 적어

온도는 계절에 따른 편차가 크기 때문에 주요 환경요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연구돼왔다. 습도 역시 여러 번 실험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사람의 비말을 통해 전염되면서 마른 환경과 습한 환경을 둘 다 거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이클 베르쉬닌 미국 유타대 물리우주학과 교수 연구팀은 습도에 따른 차이는 미미하지만 온도가 낮을수록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생화학 및 생물물리연구 커뮤니케이션스'에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리 표면에 바이러스를 다양한 온도에서 30분 동안 두고 활성화 정도를 비교했다. 습도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같은 조건에서 바이러스가 액체 용액에 담겨 있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도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제 바이러스 대신 감염을 일으키는 리보핵산(RNA)을 제거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사체를 사용해서 실험 중 감염의 위험을 줄였고, 자외선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실험은 어두운 곳에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습도에 따른 차이는 확인됐지만 온도와 비교해 바이러스의 생존에 덜 영향을 미쳤다. 인간이 손을 데면 약간 따듯한 정도의 34도에서 바이러스의 외막이 무너지며 비활성화됐다. 상온에 가까운 21도 아래로는 반대로 바이러스가 대부분 살아있었다. 또한 같은 온도에서 용액에 담겨 있을 때보다 마른 표면에 올려져 있을 때 더 많은 바이러스가 비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차이는 미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마이클 베르쉬닌 교수는 “당장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아도 공기 중의 습도는 사람에게서 나온 비말이 마르는 시간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표면의 입자가 더 오래 감염력을 가질 것이란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겨울 동안 실내를 적정온도에서, 건조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을 권고한다. 질병관리청 제공

 

 

○ 배설물 통한 감염 가능성 제한적

 

지난 4월에는 코로나19가 배설물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과 홍콩에서 바이러스가 포함된 코로나19 환자의 배설물이 배수관을 타고 다른 이에게로 전파된 것으로 분석된 사례가 나오면서다. 홍콩대 연구팀은 배설물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챈궉훙 홍콩대 리카싱의과대 미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이 배설물에서도 바이러스가 3일 간 생존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병원감염저널'에 올해 7월 2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채취한 묽은 변 0.9mL에 각각 섞고 1, 3, 6일이 지난 후 바이러스의 활성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묽은 변에서는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3일 뒤 100만분의 1로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환자의 배설물에 살아남은 바이러스를 통해 구강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달 발표된 챙젠슌 중국 우한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소변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배설물이 감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대변에서는 3일 만에 감염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병원 등지에서는 위생 관리로 막을 수 있다.

 

연구팀은 산성도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 간의 관계도 조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담긴 용액 100㎕를 수소 농도 지수(pH) 2에서 13 사이의 용액들에 집어 넣고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산성도에 관계없이 6일까지 바이러스가 살아남긴 했지만 pH 3 이하나 11 이상의 용액의 경우, 감염을 일으킬 정도의 충분한 바이러스가 생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산성 용액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쓸 수 없다. 평소 일상 생활하면서 극단적인 산성도의 환경이 흔하지 않을 뿐더러 세계보건기구(WHO)나 방역 당국은 산성용액이 인체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는 소독제와 천 등을 이용해 핸드폰 액정을 주기적으로 소독하는 것을 권고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매끄러운 표면에서 오래 생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살고있는 표면의 재질에 따라 생존 기간이 달라지는 모습도 보인다. 마이클 챈 홍콩대 리카싱의과대 교수 연구팀이 올해 4월 2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이 매끈할수록 오래 생존했다.

연구팀이 실험했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상온에 가까운 22도와 65%의 습도의 빛이 없는 환경에서 인쇄된 용지와 휴지 위에서는 3시간 만에, 방부처리 된 나무판과 천 위에서는 2일 만에 감염력이 없어졌다. 같은 조건의 환경에서 유리 표면이나 수표에서는 4일을 버텼고,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에서는 7일을 버텼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러나 표면에 따른 최대 생존 기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빛이 없는 20도에서 핸드폰의 액정과 같은 유리 표면과 플라스틱, 수표 위에서 28일까지도 버텼다고 올해 10월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러스의 생존 주기에 관한 의견이 분분함에도 일상에서 주기적인 접촉면 위생 관리가 추천된다. WHO는 표면 접촉을 통한 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자주 쓰는 휴대전화 표면이나 식탁, 변기 등을 소독하는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19 백신 맞으면 면역효과 얼마나 갈까

미국 메릴랜드 의·약대 소속 과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필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잠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신약 화합물을 발견했다. 사진 세계보건기구 갈무리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백신과 면역력에 관해 규명돼야 할 연구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바이러스 변이에도 현재 접종중인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 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9일 코로나19로 인한 체내 면역반응은 어떻게 생성되며 면역반응의 특성이 백신 접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문가들의 견해와 기존 연구결과들을 통해 분석했다. 면역반응으로 생긴 항체가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다른 바이러스 감염시 생기는 면역반응과 코로나19 면역반응과의 관계, 백신의 면역효과 지속 기간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 코로나19 면역반응...규명되지 않은 궁금증들

인체의 면역시스템은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인체에 외부 바이러스 침입을 경고하는 면역세포와 감염된 세포가 있음을 알려주는 면역세포가 포함된다. 면역세포는 면역력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적응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반응에는 림프구로 알려진 2가지 유형의 백혈구가 관여한다. 하나는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세포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항체 단백질 생산을 담당하는 B세포다. 또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고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사이토카인 단백질은 B세포의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할 경우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정 바이러스 항원을 인식하고 한차례 항체를 생산한 B세포는 사이토카인 단백질을 통해 항체 생성 과정을 기억하는 ‘기억 B세포’로 전환돼 인체가 다시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항체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다. 대니 알트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감염병 및 면역학 교수는 “기억 B세포와, T세포, 항체 등으로 구성되는 이같은 적응 면역 시스템은 백신이 투여됐을 때 활용하는 기억과 관련된 특별한 기능을 갖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T세포 면역과 B세포 면역, 그리고 생산물인 항체는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감염된 많은 사람들은 T세포와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부는 둘 중 하나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알트만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모든 면역 반응이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항체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을 경우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코로나19 증상이 지속되는 조건을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지난 7월 논문 사전공개사이트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항체 수치는 3개월 동안 감소하고 경우에 따라 없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이같은 현상은 성별로도 다를 수 있고 항체 수치와 지속 기간은 질병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 동료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항체는 감염 뒤 6개월 동안 일부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세포 수치는 3~5개월 동안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6개월 뒤에는 감소된 상태에서 유지됐고 오히려 ‘기억 B세포’ 수치는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항체가 수개월간 지속되거나 면역세포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에 어떤 영향 미칠까

일부 연구는 감기 바이러스나 코로나19 외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적응 면역 시스템에서 기억 B세포 생성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면역세포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기대했던 것보다 면역 효과가 낮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반면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만들어진 T세포가 이른바 ‘교차 반응’으로 알려진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T세포 자체만으로 충분한 면역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아직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최근 발표된 연구논문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T세포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감염 가능성이 적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보유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반면 45%는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웬디 바클레이 교수는 “매년 정기적으로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면역력이 장기간 오래 동안 지속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재감염될 경우 처음 감염됐을 때보다 증상이 덜 심각하거나 무증상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백신 맞으면 효과는 얼마나 갈까

 

현재 시점에서 긍정적인 소식은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모두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예방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또 계절성 인플루엔자는 매년 변이가 생기기 때문에 해마다 다른 종류의 백신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처럼 매년 새롭게 개발해야 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알트만 교수는 최근 영국에서 보고된 신종(new strain)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현재 진행중인 백신 접종에 문제를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만들어진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장기적인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젊고 건강해도 코로나19 오래 앓으면 폐·간 손상"

영국 연구진 발표…"평균 44세 '저위험군' 환자 중 70%가 장기 손상 흔적"

25%는 2개 이상 장기 손상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자료사진]

 

비교적 젊고 건강한 사람이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오래 앓으면 폐나 간 등 장기 손상이 우려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평균 연령 44세인 비교적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500명 가량의 '저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연구의 예비 조사 결과를 인용해 15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아미타바 바네르지 교수 등의 주도로 MRI(자기공명영상) 스캔 및 혈액 검사, 문진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진행중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비조사 결과 70% 가량이 코로나19에 걸리고 4개월이 지난 뒤 심장, 폐, 간, 췌장 등에서 손상이 관찰됐다. 또 25%는 2개 이상의 장기에서 이상 흔적이 나타났다.

 

환자가 겪는 증상과 손상 부위의 연관성도 일부 확인됐다.

 

일례로 심장 또는 폐 손상은 호흡곤란, 간이나 췌장 손상은 위장 통증 등과 관련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증상들이 장기 손상으로 인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연구와는 별개로 58명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는 감염 후 2∼3개월이 지난 후 장기별로 이상이 나타난 비율은 폐 60%, 신장 29%, 심장 26%, 간 10% 등으로 나타났다.

 

바네르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의 진행경과 및 증상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독감 등 다른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에는 장기간 코로나19를 앓고 있는 환자가 6만명 가량 있으며, 이들은 대개 피로감, 호흡 곤란, 통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환자들이 겪는 다양한 증상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편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이날 특수 진료시설 40개 이상을 연계해 코로나19 환자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겪는 증상 파악 및 분석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환자 퇴원 뒤에도 폐 손상으로 고통 겪는다

오스트리아 연구진, 12주 동안 중증환자 86명 추적 조사 결과

코로나19 환자의 폐 손상을 나타내는 CT 이미지. 붉은 색이 손상된 영역이다. 인스브룩메디컬대학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입원한 환자는 퇴원하고 몇 주 후에도 폐 손상과 호흡 곤란, 기침 등 증상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완치된 뒤에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별 사례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증이 아닌 경증 환자들도 몇 주 또는 몇 개월 동안 증상이 지속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오스트리아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중증으로 입원했다가 회복한 환자들을 추적 분석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8월 말 열린 유럽호흡기학회 국제회의에서 발표됐다. 

 

추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퇴원 6주 후 환자의 88%가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여전히 폐 손상 징후가 나타났다. 환자 47%는 호흡곤란 증세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주가 지나면 폐 손상이 나타나는 환자는 56%, 호흡곤란 증세를 겪는 환자는 39%로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사빈 사하닉 오스트리아 인스브룩클리닉 연구원은 “코로나19 생존자들은 회복 후 몇 주 동안 폐 손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소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며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후속 치료를 위한 체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호흡기학회 국제회의에서 공개될 이번 연구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코로나19 환자 86명의 건강 상태를 추적 분석한 결과다. 86명 중 18명은 집중 치료를 받을 정도로 중증도가 심각했다. 추적 대상 환자의 평균 연령은 61세였으며 60% 이상이 남성이었다. 절반은 흡연자였으며 65%는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다. CT 스캔과 폐기능 측정 및 임상 검사를 포함한 테스트는 퇴원 후 6주와 12주 두차례에 걸쳐 수행됐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집중 치료를 받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건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흡에 필요한 폐활량도 정상인에 비해 떨어졌다. 6주 후 테스트에서는 86명 중 24명, 12주 후 테스트에서는 86명 중 16명의 폐활량은 정상인 평균치보다 8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상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심장 손상 징후가 나타나기도 했다. 

 

퇴원 당시 폐 손상은 집중치료를 받은 중증 환자가 더 심했지만 폐 손상 개선 정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사한 비율로 개선됐다. 

 

사하닉 연구원은 “또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에 감염됐다 회복한 환자들의 경우에도 폐 손상 등이 오래 지속된 만큼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악영향은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며 “사스에 감염된 후 생존한 환자들 약 30%는 몇 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구조적인 폐 이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장기 건강 문제를 추가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퇴원 24주 후에도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톰 윌킨슨 영국 사우스햄턴대 호흡기의학 교수는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회복한 뒤에도 건강 문제가 지속된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며 “입원 치료와 인공호흡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장기간 동안 고통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윌킨슨 교수는 또 “이같은 장기 영향을 추적하고 환자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몸속 장기 공격한 코로나19 바이러스, DNA까지 변형시켜 합병증 오래 남긴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쥐(왼쪽)와 감염된 쥐의 심근세포를 촬영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심근세포 속 에너지를 전달하는 미토콘드리아(분홍색)에 영향을 줘 장기에 에너지 공급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폐뿐 아니라 심장과 신장 등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면서 합병증 또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장기의 에너지 공급을 끊으며 인체를 공격하는데, 이러한 공격 흔적은 DNA에 남아 장기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윌리엄 머크 미국 버팔로대 연구원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이달 8일 국제학술지 ‘캐나다의학협회지(CMAJ)’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올해 3월과 4월 코로나19와 관련해 병원을 찾은 7만 288명의 환자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발병 후 이전보다 빈도가 증가한 병들을 찾는 방식으로 합병증을 찾았다.

 

코로나19와 연관된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폐렴과 호흡 부전, 신부전, 패혈증, 전신 염증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가 폐렴을 동시에 앓는 비율은 27.6%였고 호흡 부전은 11.8%였다. 신부전은 11.8%, 전신 염증은 10.4%였다. 심장 염증과 혈액 응고 등 혈관과 관련한 질환도 비율이 높았다. 머크 연구원은 “이러한 합병증 양상은 다른 연구에서 발표된 결과들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일으키는 다양한 합병증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바이러스가 혈류를 타고 흐르면서 각종 장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폐에 주로 감염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다른 장기까지 공격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아르준 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심장학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가 폐 이외에 다른 장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낼 수 있는 쥐 모델을 개발하고 바이러스가 DNA를 손상시켜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7일 국제학술지 ‘임상의학회지(JCI) 인사이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쥐에게 폐 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데 활용하는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를 갖도록 조작했다. 이후 감염시켰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쥐는 7일 내로 음식 섭취를 멈추고 활동을 거의 줄였다. 체중도 약 20%가 감소했다. 면역 세포의 수는 떨어졌고 심장 조직이 부어오르며 비장이 파괴됐다. 연구팀은 “이는 코로나19로 중증에 걸린 사람들에게서 관찰되는 증상과 거의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장기에 전달되는 에너지를 끊음으로써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쥐를 분석해보니 카르복시산 순환 등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도록 돕는 세포대사 과정이 심장과 신장, 비장, 폐 등에서 차단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변한 장기의 특성은 DNA 구조도 변화시켜 증상이 남고 유전까지 될 수 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뎁 교수는 “코로나19를 앓은 이들이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에도 증상이 몇 달까지 계속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뎁 교수는 “바이러스가 신체 여러 기관에서 에너지 발생 경로를 제거하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폐 외의 장기에도 어떻게 감염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실험을 진행하는 데 쥐 모델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O형 코로나19에 강하다...점점 늘어나는 근거들

유럽 연구진 잇따라 논문 발표...중증 발전 가능성, 감염률 다른 혈액형보다 떨어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한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덜 감염되고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떨어진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남부대 연구팀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와 혈액형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블러드 어드밴시스 14일자에 각각 1편씩 공개했다.

 

앞서 중국, 러시아, 독일 연구진도 O형을 가진 사람이 다른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 비해 잘 감염되지 않고, 감염되도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작다는 연구결과를 잇따라 내놓은 일이 있다. 일각에서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혈액형과 감염률의 연관성을 밝히는 근거로 활용될 새 연구가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링톤 덴마크 남부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덴마크 사람 중 2월 27일부터 7월 30일 사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47만 3654명의 데이터와 검사를 받지 않은 220만 4742명의 대조군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에는 혈액형을 포함해 입원 정보, 사망 여부, 심혈관 질환 정보가 포함됐다.

 

각 데이터를 ABO식 혈액형을 이용해 4개 그룹으로 나눈 후 검사를 받은 사람 중 감염자의 비율 1.6%, 감염자 중 O형의 비율 38.4%, 대조군 중 O형의 비율 41.7%을 이용해 혈액형과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O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코로나19 감염과의 관련성이 확연히 적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추가적인 분석에서 RhD식 혈액형과 사망 여부는 코로나19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링톤 교수는 ”혈액형은 인종에 따라 분포가 다르다“며 “덴마크는 단일 민족이어서 인종 차이로 인한 변수가 없고 덴마크 인구의 약 38%를 대조군으로 삼았기 때문에 좋은 연구 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핀더 세콘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중증으로 입원한 환자 95명의 혈액형과 증상을 분석했다. A형과 AB형인 사람이 O형과 B형인 사람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인공호흡기 사용 빈도가 높고 폐질환에 잘 걸렸으며 신장 투석도 자주 받았다. 응급실에 머문 평균 시간도 훨씬 길었다.

 

세콘 교수는 "중증 코로나19에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혈액 응고 인자가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 더 적어 중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어떤 이유로 다른 혈액형에 취약한지 알아내면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형과 코로나19와 관계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진 건 아니다. 

 

아메시 아달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건강안전센터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과 증상 정도가 혈액형과 관련있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남았지만, 곧 더 많은 증거들이 축적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달자 교수는 앞서 미국의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6월호에 A형을 보유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높고, O형은 낮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나노 단백질'에 주목한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바디(보라색)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흰색)에 붙은 모습을 3차원(3D) 프린팅 모형으로 제작해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피츠버그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부터 11개월이 지났다. 인류는 전례 없는 속도로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신종 감염병이다 보니 전에 시도되지 못했던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의 경연장이 되기도 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달 초 두 편의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긴급히 공개했다. ‘나노바디’라는 제3의 치료제 기술에 대한 논문이다. 나노바디는 항체의 일부분만 인공적으로 제조한 나노 단백질이다. 기존의 대표적인 치료제 전략인 화합물 기반 치료제와 항체치료제의 장점을 모은 절충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온도 변화에 강하고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대량생산이 쉽고 싸며 입자 크기가 작아 흡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항원 특정 부위만 공략 항체 치료제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치료제로 화합물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바이러스 단백질 가운데 증식이나 세포 침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항원)을 인식해 달라붙어 바이러스 독성을 없애는 항체치료제를 널리 연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긴급사용승인 및 사용승인을 받아 현재 경증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는 렘데시비르는 화합물 방식 치료제의 대표주자다.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여해 화제가 됐던 미국 리제네론의 치료제나 이달 10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일라이 릴리의 치료제는 대표적인 항체치료제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감염 뒤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해 치료하는 것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여러 항체 가운데 특정 항체만 정제한 형태를 많이 쓴다. 이를 ‘단일클론항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개시하는 역할을 하는 표면 돌기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를 인식해 둘러싸 침투를 막는다. 비유하자면 맹수인 호랑이떼가 달려들 때 호랑이의 입만 골라 재갈을 물려 공격을 못하게 막고 결국 굶겨 죽이는 것과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개발 중이다.

 

●항체치료제 단점 보완한 나노바디 

 

항체치료제는 항체를 기반으로 설계해 제조하기 때문에 화합물보다 개발 속도가 빠르고, 사용 시 단기적인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배양할 필요가 있어 미생물이나 화학적인 제조 방법을 이용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화합물 방식에 비해 제조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느리다는 게 약점이다.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바디(보라색)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흰색)의 결합부위(RBD)와 붙은 모습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피츠버그대 동영상 캡쳐

나노바디는 항체치료제를 더 경량화, 세분화해 단점을 보완했다. 호랑이 입에 큰 재갈을 물리는 대신 이빨만 골라 달라붙어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만드는 전략과 비슷하다.

 

장청 미국 피츠버그대 약학과 교수팀은 단백질을 미세하게 설계해 실제 항체보다 크기는 10분의 1 수준으로 작으면서 적은 농도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나노바디를 동물인 라마에서 발굴해 사이언스 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만든 나노바디는 온도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고 동결건조도 가능했으며 미생물로 생산할 수 있어 생산 가격도 저렴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이렇게 발굴한 나노바디를 여러 종 묶어 복합체를 만들어 투여하면 효과가 더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물방울 20방울에 해당하는 1mL에 나노바디를 0.06ng(나노그램. 1ng는 10억분의 1g)만 넣어도 바이러스 농도를 절반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피터 월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팀 역시 비슷한 나노바디를 만들어 같은 날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효모를 이용해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주요 부위(RBD)에 부착하는 나노바디를 만들고, 이를 극저온현미경으로 관찰해 효율적으로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나노바디 역시 여러 개를 모으면 효과가 좋아졌고, 열이나 동결건조에 강하며 매우 적은 농도만으로 효과를 발휘했다.

인체 항체인 이뮤노글로불린G(IgG, 왼쪽)과 나노바디를 비교한 그림이다. 나노바디 크기가 10분의 1 정도로 작다. 분석생분석화학 논문 캡쳐

●바이러스 속이는 위장전술 치료제 

 

최근에는 나노바디 대신 ‘나노디코이(미끼)’라는 새로운 나노 입자 치료제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나노디코이는 위장 전술을 구사해 바이러스를 속이는 입자 치료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과정을 시작하는 관문인 인체세포 표면 단백질(ACE2) 등 일부 단백질을 포함한 가상 세포체다. 인체에 투여하면 바이러스가 인체세포의 ACE2 대신 나노디코이의 ACE2 단백질과 달라붙게 하는 식으로 증식을 막는다. 호랑이에게 허수아비를 보내 사람 대신 물게 해 허탕을 치도록 유도하는 원리다.

미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이달 3일 이 같은 방식의 나노디코이를 설계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고 중증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에 발표했다. 미국 생명공학사 네오류킨 테라퓨틱스 역시 나노디코이를 설계해 햄스터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중증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 ‘사이언스’ 6일자에 발표했다. 네오류킨 연구팀은 “스프레이로 코나 기도에 뿌려 폐 감염을 막는 형태도 가능하다”라며 “임상시험에 적용할 수 있을지 타진중”이라고 밝혔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포함한 인공 나노 입자인 나노디코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한 모습을 표현했다. PNAS 논문 캡쳐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 동아사이언스DB

거리에 벚꽃이 만연한 것을 보면 올해도 봄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하지만 2020년의 봄은 신록과 꽃의 부활을 보며 봄볕을 즐기던 여느 때와 달리 잔인하기만 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이런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에 치명상을 입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347년부터 5년간 유럽을 휩쓴 흑사병 (페스트)으로 서유럽에서 전체 인구의 반에 가까운 750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1918년 인플루엔자는 전 세계의 인구 3~6%가량을 희생시켰다. 가깝게는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수많은 재앙적 질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해왔다. 하지만 인류는 그 고통을 지나 오히려 발전을 해왔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최근 세계적 유행병의 발생 빈도를 보면 세계의 정치, 경제, 그리고 환경적 상황들이 서로 맞물려 발생 빈도가 빈번해 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세계적 유행병의 발생이 일상화될 것이 예상이 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응 방법을 혁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찾아야 한다. 대유행에 대한 대처는 과학, 의학, 약학, 정책, 산업등의 분야가 힘을 합쳐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에 한가지 방법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의과학자로서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팬데믹은 지구의 어딘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정체를 알지 못하는 형태로 발생한 뒤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일단 발생을 하면 각 국가는 물리적인 격리와 방역을 통해 병원체의 전파를 막고 그 병원체가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병원체의 정체를 파악하고 진단법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며 기업들은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신속히 허가를 받고 진단과 치료의 현장에 투입해 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동안은 불가피하게 병원체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사회와 경제를 피폐하게 한다. 만약 다음에 올 병원체가 코로나19보다 훨씬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고 치사율이 높다면 인류는 치료제를 개발할 시간 조차 가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설사 치료제를 개발하더라도 병원체는 이미 자취를 감추어 버렸거나 다른 형태로 변형이 일어나 힘들게 개발한 치료제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미리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의 시점과 병원체의 정체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비한 진단과 치료제를 미리 개발해 놓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얼마나 가까운 시점에 현실화가 될지 알기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고 급속히 번식하는 바이러스를 현재와 같이 방역과 격리의 방식으로 100% 전파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설사 이러한 방법으로 어느정도 전파를 막더라도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약 없이 전 인류가 모든 경제, 사회, 교육활동을 멈추고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오래 학교를 지금처럼 멈추고 공장을 세워놓으며 각자의 처소에서 자가격리를 참아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식은 지속가능한 대처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재앙적 질병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치료의 방식의 변화이다. 지금까지 팬데믹의 주요 원인이 병원균과 바이러스들인데 문제는 이들의 유전적 변이가 빨라서 현재의 진단과 치료법의 개발 방식으로는 이들의 변형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치료제의 개발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검증을 건너뛸 수 없다. 그나마 치료제 개발의 시간을 줄이려면 기존에 사용하는 약들을 새로운 병원체의 치료에 재사용하는 것인데 그것은 운이 좋아야 가능한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인체에서 안전성과 효능의 검증을 급하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기에 상황이 아무리 급해도 질병이 발생하자마자 치료 약물이 바로 나올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언제 어떤 형태로 발생할 지 모르는 신종 병원체를 대비해서 미리 진단과 치료제를 개발해 놓자고 하는 것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면 어떤 기업도 자발적으로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병원체에 대하여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에 올 병원체의 공격에도 무력하게 당하게 될 것이며 다시 경제는 망가지고 사회는 피폐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진리는 항상 단순함에서 찾아야 한다"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문제가 복잡할 수록 기본에서 다시 해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같다. 비록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질환은 아니지만 인류가 가장 무서워하는 암 치료제의 최근 사례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바로 면역암치료제의 혁신적 성공의 사례가 그것이다. 

 

지금부터 20년전 항암제 글리벡의 성공 이후 암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정밀하게 타겟팅해서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새 항암제의 개발이 유행하게 됐다. 이들 약물은 부작용이 작지만 특정 환자에만 효과를 보이며 초기에 효능을 보이는 경우에도 암의 일부에서만 효과를 보이고 살아남은 암세포들은 약물에 저항성을 보이다가 재발이 되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는 암도 바이러스처럼 변이가 자주 일어나 한사람의 암이라도 내부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암환자의 면역 작용을 강화하여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면역치료제가 최근 개발되어 암 치료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이제는 면역을 증강시키는 면역치료제는 암의 원인을 치료하는 타겟치료제와 함께 암환자의 생존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유전적 변이에 따라 계속 그 모습을 변화시킨다는 점이 암과 유사하다. 이점은 치료제 개발에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제공한다. 따라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암의 성공 사례를 적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의 사례를 보면 국내 인구 중 20세 연령대의 감염 비율이 가장 높음에도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반면 80대 이상 연령대의 감염률은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의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를 보면 인체의 면역력이 사망률에는 결정적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 우리 몸에 침투할 수 있는 새로운 병원체와의 싸움에서는 병원체를 제거하는 노력과 함께 병원체가 우리 몸을 상해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면역력을 보강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미래 의학의 연구방향과도 아주 밀접하다. 

 

흔히들 미래의학의 특성을 '4P의학'이라고 한다. 여기서 4P는 Precision (정밀), Predictive(예측), Preventive(예방), Participatory(참여)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의 현실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적 진보들이 이루어졌지만 그 중에 특별히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을  현실화하기 위한 과학과 사회, 그리고 의료 현장의 총체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 한나라 말기 명의였던 '화타'는 자신의 두 형이 가진 의술을 더 높이 평가했다. 화타의 큰 형은 얼굴빛만 보고도 병을 예측해서 병의 원인을 알아 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고 둘째 형은 환자의 증세가 아주 미미한 상태에서 미리 치료해서 병이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능력이 있었다. 말하자면 화타의 능력이 정밀의학이라면 두 형은 예측의학 및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의 현실화는 왜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첫째로 이러한 예측 의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 병리적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전조적으로 이를 알려주는 센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러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적 인체 지표가 많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예측 의학이 조속히 현실화되고 있지 못하다. 만약 이러한 센서를 알아 낸다면 암이나 치매와 같은 난치병도 사실 발생의 초기에 미리 그 조짐을 알아낼 수 있어 발병과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암의 예측, 예방을 위해 미국에서 추진하는 '전암병변 지도(Precancer Atlas)'와 같은 것이 이러한 움직임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암병변 지도란 다양한 종류의 종양, 수만명의 환자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암의 발병 요인, 치료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두번째로 예방의학이 현실화되려면 새로운 인체 방어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현재까지의 알려진 바로는 인체는 2단계의 면역 체계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1차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들은 침투한 병원체를 인식하고 직접 병원체들을 먹어 치우거나 2차 면역체계를 가동시키는 신호물질들을 분비한다. 병원체가 1차 면역체계를 뚫고 들어오면 2차 면역체계가 가동하며 항체나 T세포를 동원해서 병원체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1,2차의 면역 과정에 작용하는 세포와 물질들의 발견은 많은 노벨상 업적으로 이어졌고 현재에도 이 발견을 이용해 암이나 면역질환 치료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에서 전세계가 치료제의 부재로 고통받는 것을 보면 근본적으로 이러한 방어시스템을 보완할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 몸에는 면역체계보다도 더 신속하게 바이러스의 침투를 알아내고 이에 대처하는 상시방어체계가 있을까? 상시방어체계로서 조건을 갖추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첫째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모든 조직에서 항상 발현하고 상존하면서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다양한 병원체의 공격을 감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는 병원체의 공격을 감지하고 기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국경을 지키고 있는 보초들의 근무 수칙과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체의 많은 하우스키핑 물질(몸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발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가 세포나 인체에 비상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신속하게 이를 감지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어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러한 일련의 기능 물질들을 보고한 바 있다. 예컨대 다양한 병원체의 공격에 기존에 알려진 어떤 면역물질보다도 더 신속히 혈류로 분비되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WARS1의 물질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보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들의 세포내 번식을 막아내는 EPRS 물질을 발견하여 국제학술지 '네이처 이뮤놀로지'에 발표했다. 이 물질은 다양한 RNA 바이러스를 공통적으로 막아낼 수 있음으로 범용성 RNA 바이러스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면역증진효능을 시키는 인체유래 자가면역 물질(C-Vax)을 발견했으며 이는 모든 바이러스 백신이나 항암 백신에 결합하였을 때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보고들은 인체 내에 상시방어체계의 기능을 하는 물질들이 더 많이 존재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진단과 치료에 활용한다면 미래에 나타날 신종 병원체에 대한 예측과 예방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병원체의 정체를 밝혀내기 전에 일어날 엄청난 인명의 손상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예측 및 예방의학이 더욱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AI와 정보기술(IT)을 연계해 참여의학을 가능하게 한다면 인체의 이상 신호가 실시간으로 의료 현장으로 전달되어 신속하게 국가적인 방역체계를 가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은 대한민국 바이오기술과 의료 현장의 우수성이 다른 나라에 잘 알려지게 됐다는 점이다. IT와 다양한 제조업에서 세계를 이끄는 한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바이오기술(BT)과 AI, IT, 그리고 다양한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4P 의학'을 현실화하는데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토머스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은 “낯선 것에 대한 공포가 우리의 연대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떠한 질병의 어려움에도 우리 인류는 결국 서로를 믿고 협력하여 극복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도 잘 볼 수 있듯이 과학기술이 먼저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국가, 사회가 정확하게 정책을 잡아나가도록 안내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