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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예쁜 애만 골라 딥페이크…넌 쓰일 일 없으니 걱정마” 피해자 조롱

천아1 2024. 8. 28. 09:12

SNS로 딥페이크 사진 보내 성적 조롱하는 가해자
전문가들 “피해자 고통 극심, 가해자는 놀이 문화”
“처벌 규정 강화돼야…인식 개선도 필요”

대전에 거주하는 A양(19)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3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자신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셀카’를 남녀가 성관계하는 모습에 합성한 딥페이크(가짜 이미지 합성 기술)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낸 이는 “주변에 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A양을 성적으로 조롱하다가 돌연 계정을 삭제한 뒤 사라졌다. 그러나 두 달 뒤인 5월, 이번엔 다른 계정을 사용하는 이가 똑같은 사진을 보내며 A양을 협박했다.

 

A양은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명이 같은 사람인지는 모른다”면서도 적어도 한 명은 자신의 주변 사람일 것이라고 의심했다. 도용된 사진이 2022년 A양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올려진 사진이 24시간 내에 자동으로 삭제되는 실시간 공간이다. A양은 당시 자신과 팔로우 상태였던 누군가가 사진을 본 뒤 캡처해서 가지고 있었다고 보고있다. A양은 또 “사진을 보낸 사람은 제게 남자친구가 있는 것과 제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인지까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A양이 다녔던 학교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딥페이크 피해 명단’에 속해 있다. 온라인에 공유된 딥페이크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 규칙에 따르면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관리자가 지정한 여성에게 ‘능욕 메시지’를 보낸 뒤 이를 인증해야 해당 방에 가입할 수 있다. A양은 “제게도 인증의 목적으로 DM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와 구별 힘들어…피해자는 ‘공포’

 

전문가들은 실제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게 제작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원치 않게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피해자로서는 본인과 전혀 관련이 없는 상황임에도 실제인 것처럼 성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해명할 창구조차 없는 것에 대해 공포와 무력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양도 해당 사진을 받은 뒤 두려움에 휩싸여 대인관계까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A양은 “주변 사람이라는 의심이 드니까 친구들을 거의 다 끊고 혼자 지내다시피 했다”며 “굉장히 힘들게 학교를 다녔다”고 토로했다.